잘못된 열심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살기 위해서 중요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신앙생활을 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왜 믿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그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살아가는 목적을 잃어버리거나 노력을 잃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엔 목적도 노력도 잃어버리고는 모든 것에 의욕을 잃고 낙심하며 습관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신앙생활 있어서 무척이나 위험한 일입니다.
그런데 목적과 노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신앙생활을 하는 목적만 잃어버리고 신앙에 대한 열심과 노력만 남아 있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신앙생활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 되고 맙니다.
목적과 노력 둘 다를 잃어버렸거나 아니면 노력을 잃어버린 사람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기가 쉽습니다. 왜냐하면 노력하지 않았다는 분명한 사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목적은 잃어버렸지만 노력만 남은 사람은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신앙생활에서 교인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잘못된 자기도취와 자기만족의 열심에 빠지는 것입니다. 자기도취나 자기만족에 빠져 겉으로는 예수님의 이름을 내세우고, 하나님의 일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우지만 결국은 이 모든 것이 자기만족을 위한 것으로 끝나는 일이 많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과정에서 아무리 자신은 열심히 교회를 섬겼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하나님의 뜻이 무시된다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너무나 많은 기독교인들은 지나치게 활동적입니다. 그래서 정작 무엇에 열심을 내야 할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불필요한 것에 지나치게 열심을 내며 자기만족에 빠져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또한 너무나 많은 교회들이 지나치게 교회의 양적 성장을 교회 존재의 최고의 목적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과정과 방법에 대한 하나님의 방식보다는 당장의 성과와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이 예수님의 가르침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도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교회는 하나님의 뜻은 점점 사라지고 사람의 열심만 남은 교회가 되고 있습니다.
열정과 열심이 모든 것을 합리화해주는 비법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목적을 잃어버린 열정과 노력은 하나님의 일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이런 위험을 잘 인식하고 있었던 사도 바울은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경고하였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섬기는 데 열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열성은 올바른 지식에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의를 알지 못하고, 자기 자신들의 의를 세우려고 힘을 씀으로써, 하나님의 의에는 복종하지 않게 되었습니다.”(로마서 10장 2절-3절)
내 열심이 막 솟아오를 때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어떤 사명이 눈앞에 있을 때, 더욱이 그 사명이 내 눈에는 하나님의 일처럼 분명하게 보일 때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내 생각보다 하나님의 뜻을 앞세우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보다 철저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 열심을 앞세우기 전에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성찰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자기만족과 자기도취에 빠져 스스로 자신은 예수님의 일을 하고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하나님의 뜻을 위한 일이기 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한 잘못된 열심인 경우가 교회 안에는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교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노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과 뜻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것이 결국 교회를 교회답게 만드는 것이며 교회를 살리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