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성전

우리는 흔히 교회라고 하면 너무나 당연하게 특정한 건물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성경은 단 한 번도 교회를 건물로 말씀하지 않았습니다. 성경에서 말씀하는 교회란 건물이나 제도가 아니라 항상 구별된 사람들의 모임을 교회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께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가 교회입니다. 교회의 본질은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부터 교회는 더 이상 공동체가 아니라 건물이 교회가 되었습니다. 당시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의 국교로서 기독교는 국교에 걸 맞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과 체계화된 조직과 시스템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과 체계화된 조직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교회는 더 이상 공동체가 아닌 건물이 교회가 되었고 조직과 시스템이 교회가 되었습니다.

교회가 건물 중심으로 바뀌면서 교회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으며 이전에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힘과 권력을 교회가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교회를 더 이상 부름 받은 공동체가 아닌 특정한 건물로 대체하면서 신약시대의 기독교 신앙은 구약시대로 후퇴하였습니다. 교회신앙이 구약의 성전신앙으로 뒷걸음치게 된 것입니다. 

교회를 공동체가 아닌 건물로 여기게 되면서 교인들은 예배하기 위해 모이는 모임보다 모이는 장소나 건물을 신성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교회의 예배당을 성전이라 부르고, 심지어 교회건물을 짓는 것을 성전건축이라고 의도적으로 잘못 가르치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너무나 많은 교인들이 예배당에 대하여 구약의 성전과 같은 개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예배당을 구약의 성전과 동일시하면서 교인들의 신앙생활의 중심이 가정과 공동체와 직장이 아니라 교회건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인들은 오로지 교회건물에 들어왔을 때만 거룩해 집니다. 예배당을 나서서 세상으로 진입하는 순간 교인들은 거룩함과 멀어집니다. 세상과 교회를 엄격하게 구별하고 교회에서만 거룩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를 자꾸만 구약시대의 성전과 동일시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심각한 왜곡입니다. 구약의 성전과 신약의 교회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구약에서의 성전은 예루살렘에 있는 건물이 성전이었으나 신약에서는 성도의 몸을 성전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고전3:16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구약을 성전의 시대라고 한다면 신약은 교회의 시대입니다. 구약에서는 성전을 통해 하나님의 계시와 임재가 나타났다면 신약에서는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계시와 임재가 나타납니다. 신약에서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구속자로 고백하고 믿고 따르는 교인들이 곧 성전이고 교회입니다. 따라서 건물이 성전이 아니라 우리들의 몸이 그리고 우리의 삶이 성전이고 교회입니다.

교회를 공동체로 생각하지 않고 성전으로 여기면서 교회에서의 봉사 또는 헌신의 범위가 제한되기 시작했습니다. 봉사 또는 헌신이라는 말을 할 때 대부분의 교인들은 일정한 장소나 건물에 와서 주일학교나 한글학교 또는 찬양사역 등 교회 건물에서 행하는 것을 교회봉사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회건물이나 특정 장소 안에서 하지 않는 일은 교회 봉사 즉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교회가 부름 받은 사람들이고 봉사가 섬김이라면 교회봉사라는 것은 마땅히 사람들을 섬기는 것을 말하게 됩니다. 이렇게 될 때 '교회 봉사'라는 영역은 우리의 삶의 전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우리 가정이 교회 봉사가 되는 것이고, 우리의 이웃을 돌보고 사랑을 베푸는 것이 교회 봉사가 되는 것이고, 내게 주어진 일터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도 교회 봉사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교회는 건물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높은, 더 웅장하고, 더 화려한 건물을 짓는 것이 하나님에 대한 헌신인 줄 착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진정한 헌신은 건물 중심 신앙에서 벗어나 부름 받은 사람들이라는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교회는 다양한 모습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면서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삶과 마음을 닮고자 하는 여러분이 성전이며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