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교인

 

기독교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을 가지고 이 세상에 오신 분이라고 고백합니다. 이것을 신학에서 성육신(incarnation)이라고 합니다. 같은 원리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서 이루시길 원하셨던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시기 위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모형입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교회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성육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면 예수님께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여주신 것처럼 교회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를 세상에 보여주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인들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교회와 교인들이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교회 사람보고 다니나 하나님 보고 다니지.” 물론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교회에서 사람을 보면 위로와 소망이 되기보다는 상처를 받고 실망할 일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현실이 그렇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결국 교회와 교인들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 교회 문 닫자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습니다.

 

교회 사람보고 다니나 하나님 보고 다니지.” 이런 고백이 얼핏 대단히 믿음 있어 보이는 말 같지만 이런 신앙이야말로 오늘날 교회를 이렇게 나약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처럼 위험한 신앙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밥 먹듯이 하는 교회는 이미 교회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교회입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교회는 사람보고 다니는 것이지 하나님 보고 다니는 것 아닙니다. 교회가 사람보고 다니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 보고 다닌다면 굳이 우리교회를 나오라고 전도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 교회나 가라고 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하나님을 볼 수 있다면 굳이 교회에 오실 필요가 무엇이 있습니까? 그냥 혼자서 예배드리고 말씀묵상하고 그러고 말지 무엇 하려고 교회에 옵니까?

 

교회는 부름 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것을 교회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서는 보이는 사람 즉 구원받은 성도를 통해 하나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이시기 위해 우리를 교회로 부르신 것입니다. 이것은 세상에 육신의 몸으로 오신 하나님의 방법이십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교회와 교인들은 교회 사람보고 다니나 하나님 보고 다니지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하게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교회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인들의 신앙과 삶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보이기 위해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 교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안에 예수님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도 회개도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교회와 부름 받은 성도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를 세상에 보이시길 원하시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를 보지 말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라고 합니다. 세상과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보지 못하고 교인들을 통해 예수님과 하나님을 보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저들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볼 수 있습니까?

 

이것은 결코 교회와 교인들이 하나님 나라나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완전해 지라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또한 죄인인 우리가 완전할 수도 없습니다. 완전할 수 없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부족하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고 예수님 닮기를 애쓰는 교회와 교인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과 세상 사람들은 교회와 교인들을 보고 하나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를 소망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