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7일 금요일 아침묵상-왜 하필 겨자씨인가?

 

마가복음 4:30-32 (표준새번역 NIV)

30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비길가?

또는 무슨 비유로 그것을 나타낼까?

31 겨자씨와 같으니, 그것은 땅에 심을 때에는

세상에 있는 어떤 씨보다도 더 작다.

32 그러나 심고 나면 자라서,

어떤 풀보다 더 큰 가지들을 뻗어,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 수 있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겨자씨로 비유하신

겨자씨의 비유는

많은 경우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겨자씨의 비유에 대한

잘못된 해석의 대표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비록 가장 작은 겨자씨이지만

나중에 자라고 나면

공중의 새들이 쉴 수 있을 정도로

큰 나무가 되는 것처럼,

 

하나님 나라 역시

비록 그 시작은 미약하고 볼품없지만

나중에 그것이 자라고 나면

그 어떤 것보다 대단하고 영광스러운 것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해석은

욥기에 나오는 수아 사람 빌닷이

욥을 정죄하며 했던 말과 비슷합니다.

 

욥기 8:7 (개역개정)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이것은 많은 교인들에게

대단히 인기 있는 성경구절이기는 하지만

성장과 풍요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지극히 전형적인 세상의 가치관입니다.

 

이것은 마치

내가 시작하는 사업이 지금은 볼품없지만

나중에 하나님의 은혜로 크게 번창할 것이고,

 

우리교회가 지금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나중에 하나님의 은혜로 크게 성장을 할 것이라는

 

지극히 세속적이며 인간적인 소원이지

결코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겨자씨의 비유는 결코

아주 작은 것이 자라서

나중에는 상상도 못할 만큼 크게 커졌다는

성장이나 성공에 대해

가르치는 말씀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겨자씨와 같다고 하셨지,

나중에 다 자란 겨자 풀(나무)과 같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만약 예수님께서 의도하신 것이

아주 작은 것이 자라서

대단히 크고 엄청난 나무가 되었다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면

가장 작고 볼품없는 겨자씨에

하나님 나라를 비유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구약성경에서는

위대한 왕을 큰 나무로 표현하고 있으며

큰 나무의 그늘과 가지들은

왕의 힘이 미치는 영향력을 나타내는 데 사용하던

일반적인 표현방식이었습니다.

 

다니엘 4:11-12 (개역개정)

그 나무가 자라서 견고하여지고

그 높이는 하늘에 닿았으니

그 모양이 땅 끝에서도 보이겠고

그 잎사귀는 아름답고 그 열매는 많아서

만민의 먹을 것이 될 만하고

들짐승이 그 그늘에 있으며

공중에 나는 새는 그 가지에 깃들이고

육체를 가진 모든 것이 거기에서 먹을 것을 얻더라.

 

큰 나무가 있고 그 가지가 제공하는 그늘에

공중의 새들이 와서 둥지를 짓고 산다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를 뜻하는

구약성경의 일반적인 표현방식입니다.

 

에스겔17:22-23 (개역개정)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내가 백향목 꼭대기에서

높은 가지를 꺾어다가 심으리라

내가 그 높은 새 가지 끝에서 연한 가지를 꺾어

높고 우뚝 솟은 산에 심되

이스라엘 높은 산에 심으리니

그 가지가 무성하고 열매를 맺어서

아름다운 백향목이 될 것이요

각종 새가 그 아래에 깃들이며 그 가지 그늘에 살리라

 

따라서 공중의 새들이

나무 그늘에 깃들 수 있게 된다는

예수님의 비유를 들은 유대인들은

이 말씀이 하나님의 통치를 뜻한다는 것을

너무나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마가복음 4:32 (표준새번역)

그러나 심고 나면 자라서,

어떤 풀보다 더 큰 가지들을 뻗어,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예수님의 비유에는

당시 유대인들이 결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무엇이냐면,

구약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뜻하는 나무로

상징되는 것은 항상 백향목(cedar)이었습니다.

 

특별히 이스라엘 문화에서

레바논의 백향목은 하늘 높이 엄청나게 자라는

가장 아름답고 위세가 당당한 나무로 나옵니다.

 

실제로 백향목은

높이가 40m에 지름이 3m까지 자라며

수명은 2000-3000년이나 되는 가장 비싼 나무입니다.

게다가 짙은 향기를 풍겨 나무에는 벌레가 없습니다.

 

그래서 백향목은

거대한 건축물을 지을 때 사용했으며

실제 솔로몬 성전건축에 사용한 나무가

바로 레바논의 백향목 이었습니다.

 

이처럼 구약성경에 나오는 백향목은

그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거대한 나무였습니다.

 

백향목에서 나온 수많은 가지에

온갖 새들이 몰려와 둥지를 만들고 사는 모습을

하나님의 통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기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비유에서는

하나님 나라로 상징된 나무는

백향목이 아니라 겨자풀(나무)이었습니다.

 

겨자는 풀에 가까운 식물입니다.

수명이 1-2년이며 길어야 3-4년이 전부입니다.

아무리 커도 2-3m를 넘지 못합니다.

 

비록 겨자풀이든 겨자나무든

다 자라면 새가 와서 쉴 수 있기는 하지만

2000년 이상의 수명과 40m이상을 자라는

백향목과는 도무지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예수님의 겨자씨 비유를

유대인들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그들이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백향목이라는

거대하고, 엄청나고, 아름다운 나무로

비유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대신,

백향목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아주 초라하고 볼품없는 작은 겨자씨로

하나님 나라를 비유하신 것입니다.

 

이 복잡한 설명이 무슨 뜻이냐 하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겨자씨의 비유를

결코 작은 것이 나중에는 엄청나게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작은 것을 심었지만 자라서

나중에는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려는 의도였다고 한다면

겨자씨로 하나님 나라를 비유하기 보다는

백향목의 씨나 작은 가지로 비유하시는 것이

듣는 사람들이 더욱 쉽게 이해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백향목의 씨가 아닌 겨자씨로 비유하셨습니다.

 

유대문화에서 겨자씨는

일년생(길어야 3-4) 식물로

초라함, 평범함, 일상적인 것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씨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를 겨자씨로 비유한 것은

하나님 나라의 시작이 이렇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기 위함입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모두가 시시하게 여기고 하찮게 여기는 모습으로

하나님 나라가 시작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루를 시작하며 비록 아주 잠깐 이지만

고통 받는 이웃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주일이면 섬기는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긍휼한 마음을 가지고,

부당하고 불의한 일을 보면 분노하고,

좋은 글이나 생각이 있으면 함께 나누려고 하는 것

등등......

 

우리는 얼핏 생각하기에

이런 보잘 것 없고 시시한 일들을 한다고

하나님 나라가 확장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생각은 우리와 다릅니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남들이 알아주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아주 작은 일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가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지만

결국 이것이 자라게 되면

새들이 와서 쉴 만한 나무와 같은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것이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 비유의 초점은

작고 보잘 것 없는 겨자씨에 있는 것이지

이것이 나중에 자라면 커져서

나무가 된다는 사실에 있지 않습니다.

 

새들이 와서 쉴만한 나무가 된다는 설명은

사람들이 보잘 것 없게 여기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처럼 보잘 것 없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겨자씨가 자라서

나중에 새들이 와서 쉴만한 나무가 된다는 것이

비유의 초점이 되면

비유가 주는 본래 메시지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것은 앞서도 언급했던 욥기에 나오는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가치관으로

예수님의 비유를 왜곡하는 것이 되고 맙니다.

 

 

오늘의 기도

 

평범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여겨지지만

이것을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면

그것이 곧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임을

깨닫고 실천하며 살게 하옵소서.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www.jayoochurch.com

jayooc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