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일 수요일 아침묵상-열심과 왜곡

 

 

마가복음 7:24 (표준새번역, NIV)

24 예수께서 거기에서 일어나셔서,

두로 지역으로 가셨다.

그리고 어떤 집에 들어가셨는데,

아무도 그것을 모르기를 바라셨으나,

숨어 계실 수가 없었다.

24 Jesus left that place and went to the vicinity of Tyre. He entered a house and did not want anyone to know it; yet he could not keep his presence secret.

 

마가복음이 기록하고 있는

예수님의 공생애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두 가지 매우 인상적인 사건이

자주 반복되어 나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예수님께서는 종종 사람들을 피해

한적한 곳을 찾아가셨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예수님께서는 종종 사람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셨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 모여들 때마다

예수님은 많은 사람들을 피하셨고,

 

예수님께서 하나님께서 보내신

메시아(그리스도)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에게는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결코 알리지 않도록 단호하게 경고하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길 원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해지길 원하는 우리에게

매우 충격적인 도전을 주고 계십니다.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배우고 깨달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묵상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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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법학자들과 논쟁을 마치신 예수님은

사람들을 떠나

아무도 모르게 두로 지역으로 가셨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가시길 원하였지만

예수님이 오셨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두로 지역에 퍼졌습니다.

 

비록 소문은 퍼졌지만

사람들이 모르시길 바라셨으며

조용히 머물고 싶어 하셨던 것은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왜 사람들을 피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셨을까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선

 

예수님에 대한 소문이 많이 나야하고

일부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다녀도 부족할 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정반대로 행동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 의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

슬그머니 사람들을 피해

한적한 곳으로 가셔서 기도하시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신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저들의 필요를 따라 이적과 권능을 베푸시고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사역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예수님의 사역이

예수의 이름을 드러내기 위한 사역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기 위한 사역이 되기 위해선

 

규칙적인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인 교제가 필요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 역시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함께 모여 기도를 드리고

함께 모여 친교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 교제를 위해선

반드시 규칙적인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그냥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이

나 혼자만 있으면 되는 것입니까!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정직하게 자기 자신을 대면하는 것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내가 왜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내 존재의 이유를 묻는 것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외모가 아닌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사람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시간도 있어야 하지만

사람들을 떠나 혼자 고독한 시간도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일도 해야 하지만

규칙적으로 하던 일을 중단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내가 하는 일이나 사역의

의미와 가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면서도

규칙적으로 사람들을 피해

혼자만의 시간과 안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규칙적으로, 정기적으로

혼자만의 시간과 안식의 시간을 가졌기에

예수님의 사역은 지나침이 없었습니다.

 

지나친 행사와 과도한 사역으로 인한

영적 침체에 빠지거나

탈진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우리의 형편은 어떠한지요?

 

너무나 많은 현대인들이

더 큰 성공과 더 많은 소유를 위해

안식과 쉼을 잊은 지 오래입니다.

 

최근에 제가 들은

어떤 이민자의 이야기입니다.

 

이분은 이민을 오셔서

그야말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같이 열심히 일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꽤 좋은 이층집을 샀다고 합니다.

그런데 집을 산 이후로

15년 동안 자기 집 이층에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한번도

이층에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바쁘게 살아다는

그분의 과장된 표현일 것입니다.

 

매일같이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 일찍 가게에 나가고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면

너무나 피곤해서 일층 침실에

쓰러지듯 누워 잠을 자고는

다음 날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일하러 나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일하는 것인데

일하기 위해 살아가는 인생이 되었습니다.

신앙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안식일을 지키고, 주일을 지키고,

예배를 드리는 것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앙생활을 통해

안식의 시간을 가지기는커녕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는커녕

평일(평상시)보다

더 바쁜 주일을 보내는 교인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깁니까?

 

하나님을 위한 사역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교회마다 너무나 많은 프로그램과 행사를

만들어 내고 참여를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만들어낸

수많은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이

하나님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지나친 일중독 사회인 것처럼

한국 교회 역시

지나친 사역중독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와 교인들은

규칙적으로 사람들을 피해 안식의 시간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 지는 것을 경계하셨던

예수님의 행적을 깊이 살피고 배워야 합니다.

 

인기와 유명해 지는 것에

교회 사역의 초점을 두게 되면

하나님의 뜻보다

교회의 욕심이 앞서게 됩니다.

 

이천년 교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하나님의 뜻보다 교회의 욕심이 앞서갈 때면

거의 언제나 선교의 이름으로

상대방의 문화를 짓밟는 일이 있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한 전쟁은

언제나 종교 전쟁이었다는 것을

수천 년의 역사가 증언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한 노예 제도는

유럽과 아메리카 기독교인들의 의해 벌어진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삼았던 일입니다.

 

회심하여 바울이 되었던

사울을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는 하나님과 율법에 대해

그 누구보다 충성스러웠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나님을 믿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에 대한 충성으로

사울이 열심히 했던 일이 무엇이었습니까?

 

예수를 믿는 교회를 없애려고

집집마다 수색하여 남녀를 가리지 않고

감옥에 잡아넣었습니다.

 

사도행전 8:3

그런데 사울은 교회를 없애 버리려고

집집마다 찾아 들어가서

남자나 여자나 가리지 않고 끌어내서 감옥에 넘겼다.

 

자신의 생각에는

자신의 일이 하나님에 대한 열심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의 일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을 사울의 경우를 통해,

이천 년 기독교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열심과

하나님에 대한 왜곡

이 둘의 차이는 어쩌면

백짓장 한 장의 차이인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하나님을 향한 열심과 충성이라고 해서

언제나 좋은 것만도,

다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때로는 그 열정과 충성이

사람을 해치는 폭력이 되기도 하고,

삶을 파괴하는 독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신앙이란 근본적으로

일상의 바쁜 삶과 일에서

모든 것을 멈추고 안식 가운데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하는 것은

내가 하나님의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시편 46:10

이르시기를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내가 뭇 나라 중에서 높임을 받으리라

내가 세계 중에서 높임을 받으리라 하시도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와

후회 없는 삶을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

안식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옵소서.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www.jayoochurch.com

jayooc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