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월요일–특혜 신앙
마태복음 5:43-48
43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44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45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
46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47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48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
43 "You have heard that it was said, 'Love your neighbor and hate your enemy.'
44 But I tell you: Love your enemies and pray for those who persecute you,
45 that you may be sons of your Father in heaven. He causes his sun to rise on the evil and the good, and sends rain on the righteous and the unrighteous.
46 If you love those who love you, what reward will you get? Are not even the tax collectors doing that?
47 And if you greet only your brothers, what are you doing more than others? Do not even pagans do that?
48 Be perfect, therefore, as your heavenly Father is perfect.
한국에서
부목사로 사역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교인 가정에 장례가 있어
교회 밴으로 교인들을 모시고
장례식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대부분
교회 차량을 운전하시는
기사 집사님이 계셔서
집사님이 운전을 하시고
저는 주로 보조석에 타고
심방을 다니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마침
기사 집사님이 출타를 하셔서
제가 직접 운전을 해서
교인들을 모시고
장례식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운전석에 올라타서는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교우들에게
안전띠를 매시라고
부탁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뒤에 앉으신 권사님 한 분이
“오늘은 목사님이 운전하시니까
하나님께서 특별히 지켜 주실 테니
안전띠 매지 않아도 되지 않나요?”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권사님이 말씀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기에 계셨던 대부분의 교인들이
크게 아멘을 하면 웃는 것입니다.
뭐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저 역시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교인들의 생각에는
목사는 하나님의 거룩한 종이니까
하나님께서 다른 교인들보다
더 특별하게 지켜주실 것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목사를
더 특별하게 지켜 주실 것이라는
교인들의 생각은
목사를 존중하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목사를 존중하려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해도
기사 집사님이 운전할 때보다
목사가 운전할 때
하나님께서 더욱 안전하게
지켜주신다고 생각하거나 믿는 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입니다.
정말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목사가 운전하면 더 잘 지켜주시고
권사님이나 집사님이 운전하면
목사가 운전할 때 보다
덜 지켜 주시는 하나님일까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결코 그런 하나님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목사를 존중하려는
교인들의 순수하고 순진한 마음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을
매우 이상한 하나님으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제가 믿는 하나님께서
목사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교인들 보다
더 큰 특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믿는 하나님이
목사와 성도들을 구분하고 차별하여
목사에게만 더 많은 은혜
목사에게만 더 특별한 은혜를 베푸신다면
저는 더 이상 그런 하나님을
공의로우신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이라고
설교할 수도 없을 것이며
믿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결코 그런 하나님이 아닙니다.
언젠가 인터넷 기독교 신문에 실린
어떤 목사님의 설교인지 간증인지
헷갈리는 이상한 글을 읽었습니다.
그 목사님이 쓴 글은
대충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내린 폭우로 인해
많은 집들과 건물들이
물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그 목사님이 목회하는 지역에도
갑작스럽게 내린 폭우로
많은 집들과 건물들이
물에 잠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만은
그 엄청난 물난리에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장하기를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교회만큼은
안전하게 지켜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그 목사님의 설교는
하나님께서는 택하신 하나님의 자녀들은
모든 재난이나 사고로부터
특별히 돌보아주신다는 것입니다.
그 목사님의 설교문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저는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마도 그 교인들 가정 가운데에서도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집이 잠기거나 가게가 잠긴 교인들이
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 교회 교인들 가운데는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집이나 가게가 물에 잠긴 교인들이
하나도 없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그만 눈을 들어
이웃 교회나 교인들의 형편을 살펴본다면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교회가 잠기고
집이 잠기고
가게가 잠긴 교인들은
주변에 차고 넘쳤습니다.
그럼에도 목사가
이런 식으로 설교한다는 것은
형식만 설교이지
실상은 영적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교회가 잠기고
집이 잠기고
가게가 잠긴 교인들은 모두
하나님께서 택하신 교회나 교인이 아니어서
지켜주지 않은 것인가요?
게다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하나님이 택하신 교회나 교인이 아니면
물에 잠기게 하시는 분이신가요?
저는 이런 식의 신앙을
특혜 신앙이라고 여기고 싶습니다.
특혜 신앙이 무엇입니까?
하나님께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특별한 은혜를
내려주신다고 믿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런 신앙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믿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기도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헌금한 사람에게는
남들보다 더 특별하고
남들보다 더 큰 은혜를
남들보다 더 많은 복을
베풀어준다고 믿습니다.
이런 신앙을
특혜 신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은혜를
나에게만 베풀어 주시기를 바라는
특혜 신앙은 로또 신앙과 함께
한국 교회 교인들의 믿음을 대표하는
대표 신앙이 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교회들이
대학입학을 위한 수능고사를 앞두고는
자녀들을 위한 40일 특별 기도회를
가진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새벽마다 기도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분명 아름답고 대단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새벽마다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는
너무나 많은 부모들이
자신들의 정성과 기도를 통해
자녀가 공부한 것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부모들이
자신들의 정성과 기도를 통해
부족한 자녀의 점수를 가지고도
부모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부모가 간절히
매일같이 새벽 기도를 했더니
자녀들이 기대한 점수보다 더 많이 나왔다
도무지 들어갈 수 없는 대학에 입학 했다는
소위 이런 식의 간증은
한국교회 교인들에게 차고도 넘칩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대학입시가
자녀들의 공부나 노력이 아닌
부모의 기도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면
하나님의 공의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왜냐하면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자녀가
더 높은 점수를 받지 않은 자녀가
오로지 부모님의 간절한 기도 때문에
합격할 수 있으려면
정당하게 노력한 누군가가
대신 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장하려는 것은
자녀를 위해
새벽기도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제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자녀를 위한 부모의 기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자식이
몇 년 동안 수고하고 노력한 것이
예상치 못한 실수로 인해
시험을 망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자식이
몇 년 동안 수고하고 노력한 것이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행여 시험을 치는 자녀가
자신이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거나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것이 인생의 끝 인양
낙심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자신이 수고하고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정정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녀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녀의 인생이
하나님의 자녀다운 존귀한 인생이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기도하는 부모님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대신에 자신들의 자녀에게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여
남들과는 다른
행운을 얻기를 기도합니다.
오로지 나에게만
오로지 내 가족에게만
오로지 내 교회에만
오로지 내 나라에만
특별한 은혜가 임하길 바라는 것은
특혜 신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혜 신앙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공의로우신 하나님을
이상한 하나님으로 전락시키는
매우 위험한 신앙입니다.
【오늘의 기도】
나만 누리는 특별한 은혜보다
모두가 함께 누리는
공의와 공평의 은혜가
이 땅에 충만하게 하옵소서.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