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2:27-28 (표준새번역)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자는 안식일에 조차도 주인이다."
Then he said to them, "The Sabbath was made for man, not man for the Sabbath. So the Son of Man is Lord even of the Sabbath."
사순절 열일곱 번째 날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안식일을 구별하여 잘 지키는 것은
그 어떤 제사나 절기보다 중요한
영적 의무이자 특권이었습니다.
안식일을 잘 지키는 것은
하나님의 백성임을 증명하고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신앙의 표징이었습니다.
출애굽기 31:13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나의 안식일을 지키라
이는 나와 너희 사이에 너희 대대의 표징이니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인 줄
너희가 알게 함이라
더 나아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안식일을 구별하여 잘 지키는 것은
하나님과 맺은 영원한 언약이었습니다.
출애굽기 31:16
이같이 이스라엘 자손이 안식일을 지켜서
그것으로 대대로 영원한 언약을 삼을 것이니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안식일을 구별하여 잘 지키는 것은
하나님의 궤를 모셨던 성전보다
더 중요한 믿음의 상징이었으며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안식일에 관하여
지금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건이 있습니다.
1995년 봄, 지방 목사님들과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갔습니다.
예루살렘에 있는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두 개의 엘리베이터가 있었습니다.
한쪽에는 여러 사람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는데
다른 한쪽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사람들이 없는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은 곧 닫혔고
제가 가려고 하는 층수를 눌렀지만
아무런 버튼도 눌러지지 않는 것입니다.
순간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층을 올라간 엘리베이터가
저절로 문이 열렸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저절로 문이 열린 것입니다.
저절로 문이 닫히더니
또 한 층을 올라가서는 또다시
저절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입니다.
이러기를 제가 묵었던 12층까지
계속되는 것입니다.
나중에 어떻게 된 영문인지
호텔직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호텔직원이 설명해 주시기를
제가 탄 엘리베이터는 안식일에만 사용하는
엘리베이터였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에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은
일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일하지 말라는
안식일 규정을 지키기 위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저절로 열리고 닫히고 안식일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것입니다.
수천 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안식일의 규정을 엄격하게 지키는
저들의 철저함에 놀라고 감동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도대체 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토록 철저하게
안식일을 지킬 것을 명령하신 것일까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안식일을 지키게 하신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안식일을 지키게 하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제 막 이집트 노예 생활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함이었습니다.
430년을 이집트의 노예로 지내며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철저하게 안식일을 지키게 하심으로
저들에게 참된 안식을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따라서 안식일을 지키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사람을 위하는 것입니다.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은
사람을 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여
사람을 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안식일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정신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밀밭 사이를 지나가다
너무 굶주린 나머지
밀 이삭을 손으로 잘라 먹었습니다.
이것을 본 바리새파 사람들이
예수님에게 안식일의 규정을 어긴 것을
따지며 꾸짖고 항의하였습니다.
굶주린 사람에게 안식이란 무엇입니까?
내일이면 먹을 수 있으니
오늘은 참고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 안식입니까?
아니면 그들의 굶주림을 불쌍히 여겨
지금 당장 먹을 것을 주는 것이 안식입니까?
병이 들어 하루가 고통스러운 사람에게
내일이면 치료해 줄 테니
오늘은 참고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 안식입니까?
아니면 지금 당장 병든 자의 고통을
치료해 주려고 애쓰는 것이 안식입니까?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을 잘 지키는 것은
안식일의 규정을 지키는 것 이전에
안식일의 근본정신을 지키는 것이
안식일을 바르게 지키는 것임을
분명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것을 가르쳐 주는 말씀이
오늘 묵상하는 말씀입니다.
마가복음 2:27-28
또 이르시되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이러므로 인자는 안식일에도 주인이니라
이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신앙이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너무나 많은 교인이
자신들이 하는 여러 가지 종교 행위를
마치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종교 행위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님을 위해
자신이 하나님을 믿어준다는 것과 같은
매우 심각한 신성모독이자
신앙에 대한 왜곡입니다.
우리의 모든 신앙 행위는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지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예배, 기도, 헌금, 묵상, 봉사 등등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하는
모든 종교 행위나 신앙 행위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모든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천지 만물의 창조주 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가 예배를 드린다고
하나님이 더 거룩하고 위대해지시지 않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고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위대하심에
흠집이 가는 것도 아닙니다. .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안식일을 엄격히 지키라고 하신 것은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기억하며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고, 헌금하고, 봉사하고,
묵상하게 하시는 이유 역시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더욱 존귀하고
복된 삶을 살게 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을 믿는 신앙생활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무엇이 사람을 더욱 존귀하게 하고
무엇이 사람을 더욱 복되게 하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아무리 오래도록 지켜온
규정과 형식과 전통이라고 할지라도
시대와 문화와 상황에 맞지 않으면
바꿀 수 있고 바꾸어야 합니다.
구약 시대의 동물 제사가
신약 시대의 예배로 바뀐 것처럼,
구약 시대의 안식일이
신약 시대의 주일로 바뀐 것처럼,
중요한 것은 규정과 형식과 전통이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가 매 주일 예배드리는 미국교회가
교회 건물을 Close 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교회도
어제 주일예배부터
온라인으로만 예배를 드렸습니다.
온라인 예배를 결정하기까지
참 많은 고민과 기도를 했습니다.
초대교회는 로마제국의 박해를 피해
지하 공동묘지 카타콤에서도
함께 모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따로 떨어져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것이
주일 성수를 생명처럼 여겼던 저에게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통해
바이러스가 급격히 전염되는 상황에서는
따로 떨어져 예배를 드리는 것이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는 것이란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인자가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안식일의 규정과 형식을 지키는 것보다
사람을 긍휼하게 여기시는
예수님의 마음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오늘의 기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과의 만남을 극도로 제한해야 하는
이 심각한 위기와 어려움이
사람에 대한 소중함과 그리움,
그리고 사랑을 회복하게 만드는
귀한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