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일 수요일유대 군중과 로마 군병들의 죄

 

마태복음 27:27-31

27 이에 총독의 군병들이 예수를 데리고 관정 안으로 들어가서 온 군대를 그에게로 모으고

28 그의 옷을 벗기고 홍포를 입히며

29 가시관을 엮어 그 머리에 씌우고 갈대를 그 오른손에 들리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희롱하여 이르되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며

30 그에게 침 뱉고 갈대를 빼앗아 그의 머리를 치더라

31 희롱을 다 한 후 홍포를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혀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가니라

27 Then the governor's soldiers took Jesus into the Praetorium and gathered the whole company of soldiers around him.

28 They stripped him and put a scarlet robe on him,

29 and then twisted together a crown of thorns and set it on his head. They put a staff in his right hand and knelt in front of him and mocked him. "Hail, king of the Jews!" they said.

30 They spit on him, and took the staff and struck him on the head again and again.

31 After they had mocked him, they took off the robe and put his own clothes on him. Then they led him away to crucify him.

 

1. 사순절 서른일곱 번째 날이자 고난주간 셋째 날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기억하고 묵상하며 한 주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임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2. 로마 총독 빌라도가 예수님에게 십자가 처형을 판결하고는 로마 군병들에게 넘겨줍니다. 빌라도에게서 예수님을 넘겨받은 로마 군병들은 총독 공관으로 예수님을 끌고 갑니다.

 

3. 예수님을 넘겨받은 로마 군병은 빌라도의 공관에 있는 모든 군병을 예수님에게로 모이게 했습니다. 로마 군병들을 모두 모은 이유는 예수라고 하는 유대인의 왕을 조롱하기 위해서입니다.

 

4. 빌라도의 공관에 모인 로마 군병들은 예수님의 옷을 벗기고는 홍포를 두릅니다. 머리에는 가시관을 씌우고 갈대를 오른손에 들립니다. 로마 군병이 이렇게 한 이유는 유대인의 왕을 사칭했다는 죄로 십자가 처형에 넘겨진 예수님을 조롱하기 위함입니다.

 

5. 자색 옷(홍포)을 입고 머리에 올리브 가지로 만든 면류관을 쓰고 오른손에 갈대를 든 것은 로마 황제가 군중 앞에 나타날 때의 전형적인 복장이었습니다.

 

6. 로마 군병들은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로 고발당한 예수님을 조롱하기 위해서 옷을 벗기고는 자색 옷을 대충 두르고는 머리에는 올리브 가지로 만든 관 대신 가시관을 엮어서 머리에 씌웠습니다. 그리고 오른손엔 갈대를 쥐게 합니다.

 

7. 예수님을 로마 황제의 모습으로 꾸미고는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는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인사를 하며 예수님을 희롱합니다.

 

8. 어떻게 로마 군병들이 예수님을 희롱했습니까? 예수님에게 침을 뱉으며 오른손에 들게 했던 갈대를 빼앗아 머리를 쳤습니다.

 

9. 예수님을 조롱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모든 로마 병사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예수님을 비웃었습니다. 가시관과 채찍으로 인해서 상처가 나고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보며 저런 연약한 인간이 유대인의 왕이라며 조롱하고 비웃었을 것입니다.

 

10. 도대체 로마 군병은 무슨 이유로 예수님을 저토록 심하게 조롱하고 모욕하였을까요? 저들에게는 예수님을 그렇게 지독하고 조롱하고 모욕할만한 그 어떤 타당한 이유도 없었습니다.

 

11.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었던 이들은 유대의 종교 권력자들과 로마 총독 빌라도입니다. 저들에게는 예수님에게 십자가 처형을 내려야 하는 분명한 목적과 이유가 있었습니다.

 

12. 하지만 복음서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기록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유대교 종교지도자들과 로마 총독 빌라도의 탐욕만을 고발하고 있지 않습니다.

 

13. 복음서는 예수님을 죽이는 데 참여한 자들로 유대 종교지도자들과 로마 총독 빌라도와 함께 예수님 못 박고 바라바를 풀어달라는 익명의 유대인 무리와 예수님을 조롱하고 폭력을 행사한 익명의 로마 군병들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하였습니다.

 

14. 대제사장들을 비롯한 유대교 종교지도자들, 유대의 왕 헤롯, 그리고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는 예수님을 사형에 처할만한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하는 것만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5. 하지만 유대 군중들이나 로마 병사들에게는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한다고 해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만한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들들은 누구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다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16. 유대 군중들과 로마 병사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하는 일에 그토록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습니까? 저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었습니까?

 

17. 바라바를 놓아주고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쳤던 유대 군중들과 예수님에게 침을 뱉고 갈대로 머리를 치며 조롱하였던 로마 군병들의 공통점은 한 명의 개인으로 이런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집단으로 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18. 만약에 로마 군병들이 로마 군병이라는 집단이 아니라 한 명의 개인으로서 이러한 상황에 놓였다면 예수님에게 그토록 가혹하고 잔인하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서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면 최소한 상당히 머뭇거렸을 것입니다.

 

19. 하지만 집단으로 모인 로마 병사들은 개인의 죄책감이나 죄의식은 집단의식에 가리어졌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예수님을 조롱하고 모욕하고 비열한 폭력을 행사하는 일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을 것입니다.

 

20. 우리 대부분은 한 개인으로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잘못을 하면 양심에 찔리거나 죄의식을 느낍니다. 하지만 직장이나 단체의 일원으로서 혹은 국가의 일원으로서 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잘못을 한 경우에는 별다른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가지지 않습니다.

 

21. 그 대표적인 경우가 사람을 죽이는 일입니다. 개인으로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을 저지르면 누구나 양심에 찔리거나 죄의식을 느낍니다. 하지만 국가의 일원이나 군대의 일원으로 전쟁에 참여하여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경우 그리 커다란 죄의식이나 죄책감을 느끼진 않습니다.

 

22. 개인일 때는 양심이나 죄의식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집단일 때는 양심이나 죄책감에 대해서는 둔감합니다. 혼자서 잘못하면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끼는데, 몰려다니면서 여럿이 함께 죄를 지으면 죄책감이나 죄의식이 희미해집니다.

 

23. 이처럼 잘못된 집단의식은 개인의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무마시켜 주거나 감추게 합니다. 그래서 잘못된 일도 서슴없이 하게 만듭니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N번방 사건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4. 유대 군중들이나 로마 병사들은 한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집단으로서 예수님을 죽이는 데 참여했던 사람들입니다. 비록 저들에게는 예수님을 죽인 직접적인 책임은 없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예수님을 죽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25. 비록 저들이 집단으로 저지른 죄이기에 개인적으로 죄책감이나 죄의식이 없다고 해도 무죄한 예수님을 죽이는 일에 참여했던 죄에 대한 책임은 저들에게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26. 우리가 지은 죄는 단지 개인으로서의 지은 죄뿐만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지은 죄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개인이 지은 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듯이 집단으로 지은 죄에 대해서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27. 지나간 역사에서 우리 민족이나 국가가 지은 죄에 대해 우리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지나간 기독교 역사에서 교회가 지은 죄가 있다면 교회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합니다.

 

28. 한국교회와 이민 한인교회가 저지르는 영적 타락과 신앙의 왜곡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 교회와는 관계없는 일로 여길 수도 없고 여겨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모두 함께 책임져야 하는 우리 모두의 죄입니다.

 

29. 유대 군중들과 로마 군병들의 모습을 통해 한 개인이 아닌 집단 전체가 지은 죄라고 해서 죄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30. 내가 소속된 교회공동체나 더 나아가 민족이나 국가나 저지른 죄에 대한 책임은, 그 집단에 속한 각각의 개인에게도 분명하게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의 기도

 

우리 생명의 주인 되시는 우리 주 하나님, COVID-19로 인해 우리가 모두 겪고 있는 이 끔찍한 재난에서 우리를 긍휼히 여겨주시어 우리에게 이 재난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옵소서.


복음서가 고발하고 있는 유대 군중들과 로마 군병들의 사건을 기억하고 묵상하면서 교회가 짓고 있는 죄, 사회와 국가가 짓고 있는 죄, 이것들이 나와 상관없는 죄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함께 책임져야 하는 죄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옵소서.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보여주시기 위해 몸소 조롱당하며 십자가에 달려 고난받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ochur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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