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일 금요일-복음 전파에 숨은 주역들

 

로마서 16:5-7 (개역개정)

16:5 또 저의 집에 있는 교회에도 문안하라 내가 사랑하는 에배네도에게 문안하라 그는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께 처음 맺은 열매니라

16:6 너희를 위하여 많이 수고한 마리아에게 문안하라

16:7 내 친척이요 나와 함께 갇혔던 안드로니고와 유니아에게 문안하라 그들은 사도들에게 존중히 여겨지고 또한 나보다 먼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라

 

1. 어제 아침 묵상에서는 사도 바울의 위대한 동역자이자 바울의 복음 전파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까지도 내걸었던 부부, 브리스가와 아굴라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2. 이들은 이방인들을 위한 바울의 복음 전파 사역에 있어 든든한 기둥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3. 바울은 이들 부부의 각별한 사랑과 헌신에 감사를 전하고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로마 교회의 성도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문안을 전합니다.

 

4. 오늘 묵상하는 말씀에서 바울은 에배네도, 마리아, 안드로니고, 유니아 등 우리에게는 대단히 낯선 이름들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5.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쉬운 이들의 이름을 바울이 일일이 소개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들의 헌신과 수고가 있었기에, 이방인들을 위한 자신의 복음 전파 사역이 가능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6. 바울은 먼저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의 집에서 모이는 가정 교회에 문안하고는 그 교회를 지키는 사랑하는 에배네도에게 문안을 전합니다.

 

7. 16:5 또 저의 집에 있는 교회에도 문안하라 내가 사랑하는 에배네도에게 문안하라 그는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께 처음 맺은 열매니라

 

8. 바울의 편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초대교회는 오늘날과 같은 특정한 건물이 아니라, 성도들의 삶의 공간인 가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9. 이처럼 초대교회는 성도의 가정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나는 생명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10. 곧이어 로마 교회에 소개하는 에배네도라는 인물에 대해 바울은 내가 사랑하는 에배네도라고 부르며 애정을 드러낸 뒤, 그에게 아주 특별한 소개를 덧붙였습니다.

 

11. 자신이 사랑한다고 표현한 에배네도라는 인물은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께 처음 익은 열매라는 것입니다.

 

12. ‘첫 열매’(firstfruits)라는 표현은 구약 시대부터 하나님께 가장 먼저 드리는 귀하고 거룩한 예물을 의미했습니다.

 

13. 바울에게 에배네도는 수많은 우상과 헬라철학의 영향력 아래 그 누구도 예수를 믿지 않을 때, 복음을 듣고 가장 먼저 주님께 돌아온 사람이었습니다.

 

14. 당시 아시아, 특히 에베소 지역은 아데미 여신 숭배가 만연한 우상숭배의 중심지였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복음을 받아들이고 첫 신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신념을 바꾸는 것을 넘어 삶의 모든 기반을 포기해야 하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결단이었습니다.

 

15. 하지만 그는 믿음의 선구자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용기 있는 결단과 회심은 장차 수많은 이방인이 복음을 받아들일 것을 예표 하는 거룩한 첫 열매가 된 것입니다.

 

16. 다음으로 바울이 로마 교회에 문안을 전하는 인물은 마리아입니다.

 

17. 16:6 너희를 위하여 많이 수고한 마리아에게 문안하라

 

18. ‘마리아는 당시 아주 흔한 유대인 여성의 이름이었습니다. 신약성경에만 해도 여러 명의 마리아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마리아가 정확히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19. 그러나 바울은 그녀를 설명하는 데 다른 어떤 배경도 필요 없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바울이 그녀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수식어는 바로 너희를 위하여 많이 수고한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20. 여기서 수고했다는 헬라어 코피아오(κοπιάω)’는 그냥 일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일하다’, ‘뼈를 깎는 노고를 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코피아노라는 단어는 바울이 자신의 사역을 설명할 때 즐겨 사용하던 표현입니다.

 

21. 다시 말해 바울은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던 사역의 수고와 같은 단어('코피아오')를 사용함으로써, 이름도 배경도 잘 알려지지 않은 마리아라는 여성의 헌신적인 섬김을 자신의 사역과 동등한 가치로 인정한 것입니다.

 

22. 오늘날 우리 교회 안에도 수많은 마리아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23.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들의 모든 수고를 잊지 않으시고, 바울의 입을 통해 온 교회가 그녀에게 감사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24. 우리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보다, 주님과 믿음의 공동체 앞에 참 많이 수고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성도가 누리는 최고의 영광일 것입니다.

 

25. 다음으로 바울이 문안을 전하는 사람은 안드로니고유니아입니다. (7)

 

26. 16:7 내 친척이요 나와 함께 갇혔던 안드로니고와 유니아에게 문안하라 그들은 사도들에게 존중히 여겨지고 또한 나보다 먼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라

 

27. 바울은 안드로니고와 유니아에게 문안을 전하며 이들은 자기의 친척이며 동시에 자신과 함께 감옥에 갇혔던 고난의 동지라고 설명합니다.

 

28. 여기서 '친척'은 혈연관계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더 넓게는 같은 유대 민족으로서의 깊은 유대감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29. 이들은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을 만나기 이전에 이미 예수를 믿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나보다 먼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였다고 소개합니다.


30.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울이 이들에 대해 사도들에게 존중히 여겨지는 이들이라고 소개한 것입니다.

 

31. 이것은 안드로니고와 유니아가 초대교회의 최고 권위를 지녔던 사도들조차 인정하고 존경할 만큼 그들의 신앙과 헌신이 탁월했다는 의미입니다.

 

32. 게다가 사도들의 존중을 받은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유니아는 여성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33. 이것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초대교회는 단순히 이방인에 대한 차별만을 뛰어넘은 것이 아니라 남녀 성별의 차이마저 넘어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존중했음을 보여줍니다.

 

34. 이것은 초대교회가 세워지고 이천 년도 지났지만, 여전히 교회 안에 잔존하고 있는 남녀 차별에 대한 경종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35.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의 차별적 질서를 거스릅니다. 남녀의 차이뿐 아니라,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 모든 차별과 편견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유니아의 이름을 기록한 바울의 뜻을 오늘날 교회가 이어가는 길일 것입니다.

 

36. 이런 의미에서 수많은 사람의 이름을 일일이 소개하고 있는 로마서 16장은 하나님의 교회를 바르게 세워가기 위해 우리 모두를 향한 하나님의 거룩한 초청장입니다.

 

[오늘의 기도]

사랑과 구원의 하나님 아버지, 아무도 믿지 않던 곳에서 용기 있는 첫 열매가 되었던 에배네도처럼, 이름도 빛도 없이 교회를 위해 헌신했던 마리아처럼, 여성이었음에도 사도들의 존중을 받았던 유니아처럼, 우리 안의 모든 차별과 편견을 넘어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세워가게 하옵소서. 우리의 이름 역시 주님의 위대한 역사책에 기록되기를 소망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ochu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