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일 수요일-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도다

 

전도서 1:2

1:2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1. 오늘 묵상하는 전도서의 말씀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충격적인 선언으로 시작합니다.

 

2. 그런데 이 충격적인 선언을 누가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누가 이런 충격적인 선언을 하였습니까?

 

3. 전도서는 11절에서 인생의 허무를 선언한 사람을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4. 이스라엘 역사에 따르면 다윗의 아들로서 예루살렘에서 왕이 되었던 인물은 솔로몬이 유일합니다.

 

5. 그는 전무후무한 지혜를 가졌고(1:16), 상상할 수 없는 부를 소유했으며(2:8), 수많은 종을 거느리고(2:7), 거대한 건축 사업들을 추진했던(2:4-6) 이스라엘 최고의 왕입니다.

 

6. 다시 말해, "모든 것이 헛되다"라는 충격적인 선언은 아무것도 가져보지 못한 사람의 신세 한탄이나 시기심에서 나온 말이 아닙니다.

 

7. 오히려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와 쾌락, 지식과 권력의 정점에 서 보았던 사람, 땅 위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렸던 왕이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깨달은 참회의 고백입니다.

 

8. 그는 '솔로몬'이라는 당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던 유명한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자신을 그냥 '전도자'라고 소개합니다.

 

9. 아마도 이러한 자기소개에는 그가 저질렀던 우상숭배와 성적 문란, 백성에게 과도한 부역을 시켰던 것에 대한 깊은 참회의 심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0. 다시 말해 성공과 실패, 영광과 타락이라는 인생의 양극단을 체험한 왕이 하나님의 백성에게 전하는 생생한 참회의 고백이 바로 전도서입니다.


11. 그렇다면 전도자는 왜 "헛되다"는 단어를 다섯 번이나 반복하며 자신의 메시지를 시작할까요?

 

12. 히브리 문학에서 반복은 최상급의 강조를 의미합니다. 전도자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라고 말하는 것은 이 '헛됨'이 얼마나 절대적이고 확실한 진리인지를 가르치기 위함입니다.

 

13. 동시에, 이 명백한 진리 앞에서 좀처럼 깨닫지 못하는 인간의 영적 무지를 고발하고 지적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14. 사람들은 분명히 헛된 것인 줄 알면서도, 당장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여겨지면 분별력을 잃고 어리석은 판단을 내리곤 합니다.

 

15. 아무리 명백한 증거를 보여주어도 자신의 주장이나 욕망을 꺾으려 하지 않습니다.

 

16. 전도자는 그런 우리를 향해 정신이 번쩍 들도록 확성기로 외치듯, 인생의 본질이 '헛됨'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17. 그렇다면 전도자가 말하는 "모든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왜 이 모든 것을 헛되다고 하는 것일까요?

 

18. 인간은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죽음은 인간의 모든 수고를 단번에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19.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8:36)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 예수님의 말씀처럼, 인간의 목숨과 관계된 이 땅의 모든 것들은 죽음과 동시에 우리와의 관계가 끊어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무익하고 무의미합니다.

 

21. 우리가 이 땅에서 누리는 생명과 호흡과 만물은 우리의 영구적인 소유물이 아니라, 죽기 전까지 잠시 사용하는 일시적인 소모품이며 수단일 뿐입니다.

 

22. 하나님의 무한하심과 영원하심에 비하면 사람이 세상에서 누리는 모든 것은 결국 헛되기 때문입니다.

 

23. 이사야 선지자는 "그의 앞에는 모든 열방이 아무것도 아니라 그는 그들을 없는 것 같이, 빈 것 같이 여기시느니라"(40:17) 라고 선포했습니다.

 

24. 하나님의 절대적인 위대함 앞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나라와 영광조차 텅 빈 것처럼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25. 우리가 위대하신 하나님을 아는 지식 안에서 자라날수록, 세상 것들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더욱 깊이 깨닫게 됩니다.

 

26. 사도 바울은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3:8-9)라고 고백했습니다.

 

27.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본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얻는 기쁨과 그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로 발견되는 영광에 비하면, 천하만국의 모든 것이라 할지라도 하찮고 무의미할 뿐입니다.

 

28. 해 아래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일도 하나님 밖에서는 이루어진 것이 없습니다.

 

29. 따라서 하나님을 떠나 거하는 인생의 모든 수고와 성취는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헛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30. 전도자는 "은을 사랑하는 자는 은으로 만족함이 없고 풍부를 사랑하는 자는 소득으로 만족함이 없다"(5:10)라고 선언합니다.

 

31. 전도자의 선언처럼 이 세상은 인간에게 궁극적인 만족을 제공할 수 없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헛된 것입니다.

 

32. 전도서가 우리에게 인생의 무의미와 헛됨을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를 허무주의나 절망으로 이끌기 위함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33. 이 땅의 것들이 절대적으로 헛되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경험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인간은 결코 하늘의 헛되지 않은 영원한 것을 소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34. 전도서는 타락한 인생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시선을 땅에서 하늘로, 유한한 것에서 영원한 것으로, 피조물에게서 창조주께로 돌리게 만드는 영적인 지혜서입니다.

 

35. 한 번뿐인 우리의 인생이 세상의 헛된 것들을 추구하다 허무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참된 가치를 발견하고 영원한 만족을 누리는 복된 인생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기도]

우리에게 참된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 죽음 앞에서, 그리고 하나님의 위대하심 앞에서 모든 것이 헛되다는 진리를 마음에 깊이 새기게 하옵소서. 헛된 것을 추구하며 살아왔던 인생으로 인해 절망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그 헛됨으로 인해 더욱 간절히 영원한 것을 소망하는 자들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ochu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