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목요일-안개 속을 걷는 믿음
전3:11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1. 전도자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시고 사람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다고 말씀합니다.
2.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처음부터 끝을 제대로 알 수 없도록 하셨다는 것입니다.
3. 하나님께서는 우리 마음에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지만, 정작 그 영원에 관해서는 알 수 없도록 하셨습니다.
4. 얼핏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모순처럼 들립니다. 마치 안개가 자욱한 길에 우리를 세워두시고, 저 너머에 아름다운 목적지가 있다고만 말씀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5. 오늘 우리는 이 '측량할 수 없음'이라는 안개 속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믿음이 무엇인지를 묵상함으로 더 깊은 신뢰의 자리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6.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측량할 수 없게 하셨다"라는 말씀을 처음 들으면, 마치 하나님께서 우리를 일부러 답답하게 만드시거나 시험에 빠뜨리시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7. '왜 다 보여주시지 않는 걸까?', '왜 내 인생의 큰 그림을 알려주시지 않는 걸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8. 하지만 하나님의 감추심은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보호하시는 은혜이며 축복입니다.
9.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우리가 우리 인생의 모든 것을, 심지어 우리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까지 전부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10. 아마 우리는 하루하루를 온전히 살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미래의 행복을 알고 교만해지거나, 미래의 불행을 알고 절망에 빠져 오늘을 허비할 것입니다.
11. 이처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인생의 모든 계획을 알려주시지 않는 것은, 우리가 교만과 절망의 짐을 지지 않고, 오직 '오늘'이라는 선물에 집중하며 살아가도록 배려하신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12. 이는 마치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위험한 물건을 만지지 못하게 감추는 것과 같습니다.
13. 하나님께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미래를 숨기시는 것은, 그 무게에 눌리지 않도록 지켜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15.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감추심 앞에서 불평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우리를 향한 세심한 사랑을 발견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16. 오늘 묵상하는 말씀에서 사용된 '측량하다'라는 히브리어 ‘마차’라는 말은 '발견하다', '알아내다', '파악하다'라는 뜻을 가집니다.
17. 한 마디로 ‘측량하다’라는 것은 무언가를 계산하고, 분석하고, 내 손으로 통제하려는 인간의 속성을 나타냅니다.
18.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리의 삶을 측량하고 싶어 합니다. 5년 후, 10년 후의 계획을 세우고, 모든 위험 요소를 계산해서 통제하려 합니다.
19. 심지어 우리는 하나님의 뜻조차도 계산 가능한 공식처럼 이해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전도자는 단호하게 "사람은 하나님의 일을 측량할 수 없다." 선언합니다.
20. 물론 성경은 미래를 계획하는 것을 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측량'은 하나님을 배제한 채 자신의 계산과 통제안에 인생을 가두려는 교만한 시도를 의미합니다.
21. 이것은 우리에게 주는 매우 중요한 영적 도전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인생을 '계산'하며 살라고 하지 않으시고, '신뢰'하며 살라고 명령하십니다.
22. 산을 오르는 사람 가운데, 어떤 사람은 산을 오르는 내내 정상까지 남은 거리, 걸리는 시간, 소모될 칼로리 만을 계산하며 걷습니다.
23. 그는 오직 목표 지점만 바라보기에 길가에 핀 아름다운 들꽃도, 함께 땀 흘리는 동료의 얼굴도 보지 못합니다.
24. 그러나 또 다른 사람은 정상이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더라도, 지금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소중히 여기며 걷습니다.
25. 그는 발밑의 작은 생명 들을 보고 감탄하며, 옆 사람에게 물 한 모금을 건네는 기쁨을 압니다.
26.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행복한 등반을 할 수 있을까요?
27. 이처럼 하나님의 일을 측량할 수 없다는 전도자의 고백은 인생의 모든 변수를 계산하려는 헛된 수고를 멈추고, 지금 우리와 함께 걸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부르심입니다.
28. 웃을 때이든 울 때이든, 그 때가 언제 끝날지 계산하려 애쓰지 말고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우리 손을 붙들고 계시는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믿음의 걸음을 내디디며 살라는 것입니다.
29. 우리는 예상치 못한 고난이나 시련의 때를 지날 때, 우리가 겪는 고난이나 시련의 이유를 다 알 수 없을지 모릅니다.
30. 전도자의 선언처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처음과 끝을 영원히 측량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31.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아는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임마누엘의 하나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 모든 시간 속에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32. 우리의 평안은 상황을 이해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지금 나와 함께 하심을 믿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33. 우리는 인생의 지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최고의 길 안내자이신 주님이 계십니다.
34. 우리의 믿음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안개 속에서 우리 손을 붙드시는 주님의 손을 더욱 굳게 잡는 것입니다.
35. 이처럼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처음과 끝까지 측량할 수 없게 하셨다”(전3:11)라는 말씀은, 우리를 향한 포기 선언이 아니라 더 깊은 신뢰의 자리로 우리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초청장입니다.
[오늘의 기도]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이 되시는 하나님 아버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앞에서 불안해하고, 답을 찾지 못해 원망했던 우리의 연약한 믿음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이제는 자욱한 안개 같은 인생길 속에서도, 우리의 손을 붙드시는 주님의 임재 하나만으로 만족하며 평안을 얻게 하옵소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ochu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