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일 금요일-왜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나은가?

 

전도서 71

7:1 좋은 이름이 좋은 기름보다 낫고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나으며

 

1. 어제 아침 묵상에서는 전도서 71절 전반부의 말씀을 통해 좋은 이름이 좋은 기름보다 낫다라는 전도서의 지혜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2. 살아생전 아무리 많은 재물을 소유했다고 하더라도 죽고 나면 남의 것이 되는 좋은 기름보다는 영원한 생명책에 기록될 좋은 이름을 남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3. 오늘은 어제 묵상한 말씀에 이어지는, 어쩌면 우리를 대단히 당혹스럽게 만드는 전도서의 지혜에 대해 묵상하고자 합니다.

 

4. 7:1b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나으며

 

5.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낫다는 전도서의 말씀은 언뜻 매우 충격적이며 심지어 비상식적인 말씀처럼 들립니다.

 

6. 우리는 새 생명의 탄생을 온 세상이 축복하는 기쁨의 잔치로 여기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에 잠깁니다.

 

7. 이것이 우리의 상식이고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전도자는 어째서 이 모든 것을 뒤집어, 모든 이가 축하하는 태어나는 날보다 차라리 죽는 날이 더 낫다는 충격적인 말씀을 하는 것일까요?

 

8. 전도자의 이 파격적인 선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출생죽음을 어떤 신학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9. 전도자에게 인간의 출생은 인생의 고통스럽고 바람을 잡는 것 같은 허무한 수고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10.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번에 걸쳐 전도자가 진단한 해 아래세상의 현실에 대해 들어왔습니다. 그가 본 세상은 헛되고(헤벨), 수고와 눈물이 가득하며, 불의와 모순이 넘쳐나는 곳이었습니다.

 

11. 전도서 4장에서는 해 아래에서 행해지는 모든 학대를 보니, 학대받는 자들의 눈물이로다 그들에게 위로자가 없도다라고 탄식하기까지 합니다.

 

12. 이러한 전도자의 관점에서 출생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바로 이 수고와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 속으로 한 생명이 들어오는 날, 즉 고역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13.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 하나님과 같아지려고 한 순간부터 인간은 필연적으로 슬픔과 아픔, 그리고 헛됨과의 지난한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납니다.

 

14. 전도자는 결코 이 현실을 외면하거나 미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도자는 솔직하게, 태어나는 날은 고통스럽고 허무한 싸움의 시작이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15. 반면에 사람에게 죽는 날은 평생을 살아온 인생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16. 태어나는 날, 한 사람의 인생은 아직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백지와 같습니다.

 

17. 그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좋은 이름을 남길지 아니면 악한 이름을 남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의 인생은 수많은 불확실성과 선택의 가능성 앞에 놓여 있습니다.

 

18. 그러나 죽는 날은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책이 마침내 완성되어 봉인되는 날입니다.

 

19. 만일 그가 평생에 걸쳐 좋은 이름을 남기는 삶을 살았다면, 그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더 이상 세상의 불확실함 때문에 훼손될 염려 없이 영원한 가치로 확정됩니다.

 

20. 한 마디로 죽음은 모든 가능성의 소멸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마침내 하나의 의미 있는 서사로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21. 그렇기에 미지의 가능성으로 가득한 시작보다, 아름답게 잘 마무리된 끝이 더 낫다고 전도자는 선언하는 것입니다.

 

22.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죽음을 마음에 품고 사는 것은 우리를 지혜롭게 하는 가장 위대한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23.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낫다는 전도자의 진짜 의도는 삶 자체를 부정하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는 죽음을 통해 역설적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기 위함입니다.

 

24.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잔칫집은 즐겁고 행복합니다. 하지만 그 기쁨에 취해 우리는 종종 인생의 유한함과 삶의 진정한 의미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25. 그러나 장례식이 열리는 초상집에 가면 우리는 나 또한 언젠가 이 길을 가겠구나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26. 그리고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 앞에서, 비로소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하고 무엇이 덧없는 것인지를 분별하는 지혜의 눈이 열립니다.

 

27. 죽음을 생각할 때 우리는 잠깐 있다 사라질 좋은 기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됩니다. 대신 영원히 남을 좋은 이름을 남기는 삶에 집중하게 됩니다.

 

28.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루하루를 얼마나 소중하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29.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던 시간을 하나님과 이웃을 위한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우게 됩니다.

 

30. 더 나아가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게 겸손을 배우게 합니다. 죽음이라는 위대한 평등 앞에서 세상의 그 어떤 권력자도, 부자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31. 우리는 모두 한 줌 흙으로 돌아갈 유한한 존재임을 인정하게 될 때, 비로소 교만함을 버리고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32.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낫다는 전도자의 말씀은 결코 삶에 대한 저주나 허무주의적인 고백이 아닙니다.

 

33. 오히려 이것은 죽음이라는 삶의 마침표를 정직하게 바라봄으로써,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지혜를 주는 역설의 복음입니다.

 

34. 전도서가 보여준 이 지혜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마침내 완성되었습니다.

 

35. 예수님께서는 친히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심으로, 죽음이 더 이상 인생의 완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시작이 되게 하셨습니다.

 

36.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죽음을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로 삼아야 합니다. 그 거울 앞에 설 때 우리는 더 깊이 사랑하고, 더 온전히 용서하며, 더 진실하게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37. 죽음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지혜로 오늘을 가장 의미 있게 살아내는 존귀한 믿음의 사람이 되시길 축복합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우리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죽음이 끝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완성하고 영원한 본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하옵소서. 죽음을 두려워하며 외면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오히려 죽음을 기억함으로 오늘 하루를 더욱 소중하고 의미 있게 살아가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우리의 마지막 날에 후회 없는 좋은 이름을 남기고, 주님께서 예비하신 영원한 안식에 기쁨으로 들어가기를 바라며 우리를 죽음에서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ochu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