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화요일-세상 나라와 하나님 나라를 사는 지혜
전도서 8장 2절
내가 권하노라 왕의 명령을 지키라 이미 하나님을 가리켜 맹세하였음이니라
1. 오늘도 세상의 거친 파도 앞에서도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며 아침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든 이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2. 어제 묵상에서는 전도자가 찾은 '지혜 있는 사람'이란 하나님의 창조 질서인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그 얼굴에 광채가 나는 사람임을 살펴보았습니다.
3. 그런데 오늘 묵상하는 말씀에서 전도자는 우리의 시선을 이상적인 하늘의 지혜에서, 다시 냉혹하고 현실적인 땅의 정치로 급격하게 돌려놓습니다.
4. 전8:2 내가 권하노라 왕의 명령을 지키라 이미 하나님을 가리켜 맹세하였음이니라
5. 이 말씀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전도자가 세상 권력자인 왕의 명령에 복종하라고 권면하기 때문입니다.
6. 이 말씀을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인다면, 마치 세상의 어떤 권력자라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의미처럼 들립니다.
7. 전도자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왔습니까? 세상의 모든 것이 헛되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지혜도, 부도, 권력도 모두 헛되다고 했습니다.
8. 그런데 전도자가 갑자기 세상 왕의 권력에 복종하라고 권면하고 있는 것이 마치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처럼 여겨집니다.
9. 그렇다면 전도자는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요? 이 말씀은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현실을 사는 지혜로 읽어야 합니다.
10. 전도자가 복종을 권면하고 있는 왕은 오늘날과 같은 민주적인 지도자가 아닙니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일 수도 있는 절대 권능을 가진 군주입니다.
11. 전도자가 깨달은 세상은 정의가 아니라 힘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왕의 명령을 지키라는 전도자의 권면은 왕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강하기 때문에 가져야 하는 지혜입니다.
12. 이것은 결코 비굴한 것이 아닙니다. 무모한 저항으로 스스로 패망하지 말라는 냉철한 생존의 지혜입니다.
13.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이 지혜는 유효합니다. 직장의 상사, 사회의 제도, 경제적 현실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 무조건 부딪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14. 그런데 전도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왕에 대한 복종의 이유로 아주 독특한 단서를 붙입니다. "이미 하나님을 가리켜 맹세하였음이니라."
15. 전도자가 정말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왕의 명령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한 사람의 맹세입니다.
16. 전도서 8장 2절에는 두 권력자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세상의 왕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입니다.
17. 전도자는 우리가 두 나라 사이에 살고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세상 권력이 다스리는 현실 세계에 살면서, 동시에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입니다.
18. 당시 사람들은 왕에게 충성을 맹세할 때 하나님의 이름으로 서약했습니다. 이것은 왕에 대한 복종을 신앙적 의무로 만듭니다.
19.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역설이 숨어 있습니다. 왕에게 복종하는 근거가 '하나님'이라는 것은, 왕 역시 하나님 아래에 있는 존재임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왕의 권세도 상대적이며 제한적입니다.
20. 사도 바울도 로마서 13장에서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고 로마 교인들에게 권면했습니다.
21. 롬13:1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22. 역사적으로 이 말씀은 수많은 독재자와 불의한 권력자들에 의해 악용되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 교회조차 이 말씀을 오해하여 나치 정권의 불의에 침묵하는 비극적인 실수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23. 하지만 바울이 강조한 것은 '권세'이지 '권세자'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것은 질서와 정의를 세우는 권세의 원리입니다.
24. 왕이나 대통령이라는 직분은 하나님께서 주신 권세입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앉은 개인이 언제나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25. 하나님께서 세우신 것은 사회의 혼돈을 막고 정의를 세우는 '권세' 그 자체이지, 그 권세를 사유화하여 악을 행하는 '권세자'의 폭정이 아닙니다.
26. 왕의 자리에는 분명히 하나님께서 주신 책임과 사명이 있습니다. 백성을 보호하고, 정의를 세우며, 약자를 돌보는 것이 권세자의 본래 역할입니다.
27. 하지만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그 자리에 앉은 권세자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세를 함부로 남용할 때가 있습니다.
28. 만약 권세자인 왕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세를 이용하여 백성을 억압하고 불의를 행한다면, 이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권세의 목적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29. 이때 "하나님을 가리켜 맹세하였다"라는 말씀은 맹목적 복종의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불의한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최후의 근거가 됩니다.
30. 왜냐하면 우리의 맹세는 왕이 아닌 하나님께 드려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복잡한 현실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31. 전도자는 우리에게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 것을 권면합니다. 세금을 내고, 법을 지키며, 직장의 질서를 존중하며 살아야 합니다.
32. 무모하게 세상의 질서를 거부하여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것이 지혜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세상에 동화되지도 말아야 합니다.
33. 왕의 명령은 지킬지라도, 왕의 방식인 불의, 탐욕, 거짓을 우리의 가치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34. 다니엘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는 바벨론 왕궁에서 일했지만, 예루살렘을 향해 창문을 열고 하루 세 번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만큼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세상과 조화를 이루되 동화되지 않은 삶의 모범입니다.
35. 우리는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지만,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최종적인 충성의 대상은 오직 세상을 심판하실 만왕의 왕 하나님이십니다.
36. 오늘 하루, 세상의 권세 앞에서 비굴하지 않으면서도 지혜롭게 대처하십시오. 이 거룩한 긴장 속에서, 생존을 넘어 소명을 지켜내는 지혜로운 하루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 아버지, 우리는 눈에 보이는 세상의 '왕'과 보이지 않는 '하나님' 사이에서 살아갑니다. 세상의 거대한 힘 앞에서 때로는 두렵고 무력함을 느낍니다. 주님, 우리에게 세상의 질서를 존중하며 생존하는 지혜를 주시되, 불의한 가치에는 동화되지 않게 하옵소서. 비록 우리는 세상의 권세 아래 살아가지만, 영혼의 무릎은 오직 주님께만 꿇는 참된 자유인으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ochu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