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수요일-권력자의 말과 지혜자의 침묵
전도서 8장 3-4절
전8:3 왕 앞에서 물러가기를 급하게 하지 말며 악한 것을 일삼지 말라 왕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다 행함이니라
전8:4 왕의 말은 권능이 있나니 누가 그에게 이르기를 왕께서 무엇을 하시나이까 할 수 있으랴
1. 오늘도 일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묵상으로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은총과 인도하심이 충만하기를 축복합니다.
2. 전도서 8장 2절에 대한 어제 묵상을 통해, 우리가 세상 권세에 복종해야 하는 근거가 왕이라는 권세자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을 가리켜 한 맹세에 있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3. 다시 말해 우리의 최종적인 충성의 대상은 세상의 권력자인 왕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심을 확인한 것입니다.
4. 오늘 묵상하는 전도서의 말씀은 우리를 더욱 불편하고 암담한 현실로 밀어 넣습니다.
5. 어제 묵상이 '왜 복종해야 하는가?'에 대한 신앙적 근거였다면, 오늘은 '세상 권세 앞에서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권면입니다.
6. 전8:3-4 왕 앞에서 물러가기를 급하게 하지 말며 악한 것을 일삼지 말라 왕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다 행함이니라 왕의 말은 권능이 있나니 누가 그에게 이르기를 왕께서 무엇을 하시나이까 할 수 있으랴
7. 얼핏 문자 그대로만 들으면 이 말씀은 마치 폭군 앞에서 그저 숨죽이고 순응하라는 비굴한 처세술처럼 들립니다.
8. 이것은 불의한 권세자의 통치 아래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처세술처럼만 들리지, 하나님 사람이 가져야 하는 지혜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9. 전도자가 묘사하고 있는 왕은 정의로운 통치자가 아닙니다. 그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다 행하는 무소불위의 존재입니다.
10. 그의 말은 곧 법이며, 그의 뜻은 정의를 대체합니다. 그래서 "누가 감히 그에게 '무엇을 하시나이까?' 물을 수조차 없는 절대적인 권력자입니다.
11. 하지만 이것은 전도자가 이러한 왕을 칭송하거나 그 폭력적인 권력을 인정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12. 오히려 전도자는 "해 아래" 세상의 가장 부조리하고 헛된(헤벨)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13. 힘이 곧 정의가 되어버린 세상, 한 인간이 마치 신처럼 행세하며 아무도 그를 견제할 수 없는 이 불의한 현실이야말로, 전도자가 반복하여 고발하는 인생의 가장 큰 모순(헤벨)입니다.
14. 이런 암담한 현실 속에서, "왕 앞에서 물러가기를 급하게 하지 말라"는 전도자의 권면이 무슨 뜻일까요?
15. 이것은 왕의 불의에 저항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것은 '때'를 분별하라는 지혜입니다.
16. 성급한 분노나 무모한 저항으로 스스로 파멸로 이끌지 말라는 냉철한 생존의 지혜입니다. 한 마디로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무모한 저항으로 낭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17. 동시에, "악한 것을 일삼지 말라"는 전도자의 권면은 생존의 분명한 경계선을 긋는 신앙의 절개에 관한 말씀입니다.
18. 왕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왕이 하려는 악한 일에까지 휩쓸려 양심을 팔고 공범자가 되지 말라는 준엄한 경고입니다.
19. 살아남기 위해 불의에 가담하고, 폭력에 동조하며, 거짓을 옹호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생존이 아니라 타락이 됩니다.
20. 다시 말해, 전도자는 우리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요구합니다. 하나는 왕에게 저항하다 무모하게 죽지 말라는 현실적 지혜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다고 왕이 저지르는 악에는 동참하지 말라는 신앙의 지혜입니다.
21. 이것은 마치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두 나라의 시민권을 가진 성도들이 이 땅에서 감당해야 할 거룩한 줄타기입니다.
22. 특별히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는 현실 세상에서 "왕의 권능"을 자주 경험합니다.
23.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해도, 신분이나 언어의 장벽 때문에, 우리는 “도대체 왜 이렇게 하십니까?” 묻기조차 어려운 때도 있습니다.
24. 사도 바울은 모든 권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나왔다고 하지만 이 말씀은 결코 권력자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25. 권세와 권세자는 다릅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것은 질서와 정의를 세우는 권세의 원리입니다. 왕이나 대통령이라는 직분은 하나님께서 주신 권세입니다.
26. 하나님께 권세를 받은 사람이 권세를 남용하여 백성을 억압하고 불의를 행한다면, 이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권세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27. 하나님은 선을 장려하고 악을 징벌하는 '질서'로서의 권세를 세우셨습니다. 그 '권세'는 백성을 보호하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하나님의 사역자'로 부르신 것입니다.
28. 로마서 13:4a 그는(다스리는 자)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네게 선을 베푸는 자니라
29. 전도서 8장 4절이 묘사하는 "자기 마음대로 행하는 왕"은, 하나님이 세우신 권세를 제멋대로 사유화하여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타락한 권력자의 전형입니다.
30. 이 모순적인 현실 앞에서 우리에게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질서(권세)를 존중하기에 성급하게 저항하지 않아야 합니다.
31.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기에 권력자의 불의에 동참하지도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왕의 불의한 명령 앞에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32.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갔던 다니엘은 바벨론 왕을 섬기는 신하로 성실히 일했지만, 왕의 명령이 하나님의 법과 충돌했을 때 '급하게' 반란을 도모하지 않았습니다.
33. 그는 묵묵히 창문을 열고 기도하며 '악한 것을 일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자 굴에 던져지는 것도 묵묵히 감당했습니다.
34. 왕의 말에 절대적 권능이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해 아래'의 일시적인 권능일 뿐입니다. 우리는 그 '해 위'에 계시며, 모든 왕의 왕이신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자들입니다.
35. 세상의 왕은 "무엇을 하느냐?"라고 자신에게 묻지 말라고 협박합니다. 하지만,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께서는 마지막 날 우리에게 "무엇을 하였느냐?"라고 반드시 물으실 것입니다.
36. 그리고 "누가 감히 묻겠느냐?"라고 소리치던 왕이야말로, 만왕의 왕 되신 하나님 앞에서 가장 엄중한 질문을 받게 될 것입니다.
37. 오늘 하루 세상의 힘에 짓눌리지도, 그 힘에 물들지도 않는 거룩한 긴장 속에서, 세상의 힘에 흔들리지 않는 뱀의 지혜, 그 힘에 물들지 않는 비둘기의 순결로 오늘을 살아내시길 축복합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만왕의 왕 되신 하나님 아버지, 거대한 세상의 권세 앞에서 때때로 우리는 너무나 작아지고 무력해집니다. 주님, 우리에게 뱀 같은 지혜와 비둘기 같은 순결함을 주사 무모하게 저항하다 상처받지 않게 하시고, 비겁하게 불의에 가담하지도 않게 하옵소서. 세상 권력의 한계를 보는 영적인 눈을 열어주시고, 오직 하나님만이 만왕의 왕이심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오늘도 권력 앞에서 굴하지 않되 지혜롭게 대처하며,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ochu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