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수요일-홀연히 임하는 그물과 올무 앞에서
전도서 9장 12절
분명히 사람은 자기의 시기도 알지 못하나니 물고기들이 재난의 그물에 걸리고 새들이 올무에 걸림 같이 인생들도 재앙의 날이 그들에게 홀연히 임하면 거기에 걸리느니라
1. 오늘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모든 분의 일상 위에 하나님의 도우심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2. 어제 묵상에서는 빠른 경주자라고 해서 늘 선착하는 것이 아니며, 지혜자라고 해서 늘 풍족한 것이 아님을 살펴보았습니다.
3. 우리가 가진 조건과 노력이 반드시 그에 합당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때론 허무함(헤벨)을 안겨줍니다.
4.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성공에 대한 지나친 자만이나 실패에 대한 과도한 자책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도 합니다.
5. 오늘 묵상하는 말씀에서는 인생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6. 전도자는 사람이 자기의 시기를 알지 못하는 상황을 아주 생생하고도 잔혹한 두 가지 비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7. 전 9:12b 물고기들이 재앙의 그물에 걸리고 새들이 올무에 걸림 같이 인생들도 재앙의 날이 그들에게 홀연히 임하면 거기에 걸리느니라
8. 넓고 깊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던 물고기에게 오늘은 어제와 다름없는 평온한 하루였을 것입니다.
9. 그런데 눈앞의 먹이를 쫓으며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던 그 순간, 갑자기 보이지 않던 재앙의 그물이 물고기를 덮칩니다.
10. 넓고 높은 하늘을 날던 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유롭게 날갯짓하며 나뭇가지에 앉아 쉬던 그 평화로운 순간에, 숨겨져 있던 올무가 순식간에 발목을 옭아맵니다.
11. 전도자가 물고기와 새의 비유를 통해 강조하는 것은 '갑작스러움'과 '불가항력'입니다.
12. 물고기와 새는 자신이 잡히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에게 닥칠 운명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13. 그러나 그물이나 올무에 걸려든 순간, 자신의 힘으로는 결코 빠져나올 수 없게 됩니다.
14. 전도자는 냉철하게 선언합니다. 우리 인생도 그물에 걸린 물고기나 올무에 잡힌 새와 같다고 말입니다.
15. 우리는 첨단 과학 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며 수많은 것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16.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고, 경제 동향을 분석하며, 건강 검진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려 애씁니다.
17. 특별히 낯선 땅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는 삶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계획하고 대비하며 살아갑니다.
18. 그러나 전도자는 이러한 우리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결정적인 시기를 알 수 없는 존재라고 규정합니다.
19. 왜 그렇습니까? 우리는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 갇혀 사는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20.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추론할 뿐, 미래 그 자체를 현재로 가져와 볼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21. 우리는 본능적으로 어제 무사했으니 오늘도 무사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 속에 살아갑니다. 이것이 우리의 지혜가 가진 명백한 한계입니다.
22. 전도자가 말씀하는 재앙의 날은 단순히 살면서 겪는 힘든 시기나 불운한 날들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23. 이것은 우리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삶의 기초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결정적인 파국의 순간을 의미합니다.
24. 예기치 못한 질병 선고, 갑작스러운 사고,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경제적 기반, 그리고 마침내 우리 모두에게 찾아올 죽음의 순간이 바로 재앙의 날입니다.
25. 이날이 홀연히 임하여 걸린다는 것은, 우리가 그 순간을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아무리 파닥거려도 그물을 찢을 수 없습니다.
26. 마찬가지로 재앙의 날이 닥치면 인간의 지혜나 재물, 권력이나 인맥 같은 그동안 우리가 의지했던 모든 수단이 무력해지고 맙니다.
27. 이것이 바로 전도서가 줄곧 강조한 해 아래 삶의 허무함이며 불완전한 인간의 실존입니다.
28. 전도자의 냉혹해 보이는 선언이 우리에게 어떤 영적 깨달음을 줍니까?
29. 단순히 인생은 허무하니 막 살자거나 어차피 노력해도 안 될 테니 포기하자는 염세주의로 우리를 이끄는 것입니까?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30. 전도자의 냉혹해 보이는 선언은 역설적으로 '오늘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31. 미래를 알 수 없고 죽음이 예고 없이 찾아온다면, 우리에게 확실하게 주어진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뿐입니다.
32. 전도자는 허무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지 말고, 하나님께서 오늘 내게 허락하신 삶의 분복을 기쁨으로 누리라고 끊임없이 권면합니다.
33. 오늘 출근길에 마주친 짜증 나는 운전자에게 양보하는 것,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 앞에서 한숨 대신 콧노래를 흥얼거려 보는 것, 바로 이런 작은 순간들이 오늘을 지혜롭게 살아내는 삶입니다.
34. 더 나아가 우리가 나의 때를 알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다는 철저한 무력감의 인정은, 역으로 시간과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의지하게 만듭니다.
35. 인생들도 재앙의 날이 그들에게 홀연히 임하면 거기에 걸린다는 전도자의 선언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앙의 날을 두려워하며 오늘을 떨며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36. 그물과 올무가 가득한 세상 같아 보일지라도, 주님의 은혜의 날개 아래 거하는 자는 안전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거대한 섭리의 그물 안에 있습니다.
< 함께 드리는 기도 >
시간의 주인이시며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 아버지,
전도자의 말씀을 통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연약한 인생의 실존을 마주합니다. 평안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재앙의 그물이 우리를 덮칠 수 있음을 깨닫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주님 앞에 섭니다. 하지만 언제 우리 삶에 예기치 못한 순간이 닥쳐올지라도, 그 순간마저 주님의 섭리 안에 있음을 신뢰하게 하옵소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염려로 오늘을 허비하지 않게 하시고, 오늘 우리에게 허락하신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감사와 기쁨으로 채워가게 하옵소서.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삶의 풍랑 속에서도 우리를 붙드시는 주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ochu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