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화요일-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되는 낙원
누가복음 23장 43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니라
1.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고난받으신 사건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고난주간 두 번째 날입니다.
2. 어제 우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남기신 첫 번째 말씀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라는 누가복음 23장 34절을 묵상했습니다.
3.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갑니다. 그곳에는 예수님만 계셨던 것이 아닙니다.
4. 예수님께서 매달리신 십자가의 좌우에는 이른바 ‘강도’라 불린 두 사람이 함께 매달려 있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관점에서 그들은 사회의 불순물과 같은 없애버려야 할 존재였습니다.
5. 그런데 그 비참한 죽음의 현장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약속이 선포됩니다.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6. 예수님 당시 로마 제국의 사형제도는 단순히 생명을 뺏는 처형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7. 죄수를 십자가에 매달아 철저히 모욕하고 공동체로부터 영원히 격리하여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강력한 통제 수단이었습니다.
8. 그래서 십자가에 매달린 이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완전히 박탈당한 채, 육체적 죽음보다 더 차가운 사회적 죽음을 먼저 경험해야 했습니다.
9. 이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담장 너머의 수감자들, 숫자로만 불리는 이민자들, 서류가 없다는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이들을 향해 차가운 선을 긋습니다.
10. 그러나 예수님은 모두가 손가락질하며 조롱하고 외면했던 십자가에 매달린 사형수와 눈을 맞추십니다.
11. 예수님은 그를 정죄하지도 심판하지도 않으셨습니다. 대신에 그의 떨리는 두려움을 들어주셨습니다.
12. 그리고 세상이 정한 범죄자라는 신분을 뛰어넘어, 그를 예수님과 함께 낙원에 있을 존귀한 동반자로 초대하십니다.
13. 누가복음 23:43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니라
14. 예수님이 선택하신 낙원의 첫 번째 파트너는 흠도 죄도 없는 성자가 아니라, 로마 제국이 쓰레기처럼 내버린 한 사람이었습니다.
15. 우리는 낙원(파라다이스)을 죽음 이후에나 갈 먼 미래의 보상으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분명히 “오늘(Today)”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16. 예수님의 말씀은 막연히 죽어서 좋은 곳에 갈 거라는 값싼 위로가 아닙니다.
17. 바로 지금, 십자가라는 이 참혹한 현실 한복판에서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는 충격적인 선언입니다.
18. 우리가 흔히 천국이라고 여기는 낙원은 신학에선 장소의 개념이 아니라 관계의 개념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계신 곳이라면 그곳이 초막이든 궁궐이든 상관없이 낙원이 됩니다.
19. 예수님께서 세상에 버림받아 십자가에 매달린 강도의 곁에 함께하신다고 선언하심으로 지옥 같은 십자가도 낙원이 된 것입니다.
20. 예수님은 낙원을 허락하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사람의 낙원이 되어주셨습니다
21. 같은 원리로 아무리 지상 최고의 낙원, 파라다이스라고 해도 그곳에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는다면 그곳은 지옥입니다.
22. 하나님은 화려한 성전이나 안전한 제도권 안에만 계시지 않습니다.
23. 오히려 국가와 사회로부터 처형해도 좋은 존재라고 판정받아 사회로부터 쫓겨난 이들의 신음 속에 현존하십니다.
24. 오늘날의 십자가 옆은 어디입니까? 추방의 공포에 떠는 수용소, 추위에서 하루를 견디는 홈리스의 텐트, 그리고 “너는 쓸모없다”라는 세상의 압박 속에 고립된 청년들의 방입니다.
25. 예수님은 지금 그곳에 계시며 말씀하십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너는 나의 낙원에 합당한 나의 친구다.”
26. 오늘 우리가 십자가에서 남기신 예수님의 이 말씀을 묵상한다는 것은 우리 또한 그 십자가 옆으로 자리를 옮기겠다는 결단입니다.
27. 마태 25:40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28. 만약 교회가 이민자의 눈물을 외면하고, 소외된 이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한다면, 우리는 예수님이 계시지 않는 가짜 낙원을 꿈꾸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29. 진정한 십자가의 영성은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것입니다.
30. 세상이 그어놓은 혐오와 차별의 선을 지워버리고, 그 너머로 걸어 들어가 그들의 손을 잡는 것이 교회의 사명입니다.
31. 고난주간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묵상하면서, 우리 마음속에 그어져 있던 완고한 선들을 지워버립시다.
32. “저런 사람은 어쩔 수 없어”라고 쉽게 내뱉었던 심판의 말들을 거두어들입시다.
33. 우리가 고통받는 이웃의 곁에 설 때, 비로소 예수님의 낙원 약속은 오늘 이 땅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
34. 오늘 고통받는 자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해 보십시오.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주님, 오늘 이 사람과 함께 계시옵소서’라고 기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35. 버려진 이들과 끝까지 함께하셨던 예수님을 따라, 우리도 그 거룩한 저항과 동행에 참여하여 십자가의 길을 걷는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주님, 오늘 우리는 십자가 위에서 이름 없는 강도와 연대하신 주님의 사랑을 봅니다. 세상이 소모품처럼 낙오자처럼 내버린 생명을 예수님은 낙원의 동반자로 부르셨습니다. 우리의 눈을 열어 우리가 그어놓은 차별의 선을 보게 하시고, 그 선 너머에 있는 이웃의 얼굴을 보게 하옵소서. 우리가 그들 곁에 설 때, 그곳이 바로 주님의 낙원이 됨을 믿습니다. 버려진 이들과 끝까지 함께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chu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