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금요일-목마른 하나님, 다 이루신 사랑
요한복음 19장 28-30절
그 후에 예수께서 모든 일이 이미 이루어진 줄 아시고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여 이르시되 내가 목마르다 하시니 거기 신 포도주가 가득히 담긴 그릇이 있는지라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적신 해면을 우슬초에 매어 예수의 입에 대니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1. 고난주간 다섯 번째 날이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임당하신 성금요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경건하게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2. 오늘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남기신 다섯 번째 말씀 “내가 목마르다”와 여섯 번째 말씀 “다 이루었다”를 연결하여 묵상하려고 합니다.
3. 연속된 두 말씀은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한편으로 인간으로서 느끼는 가장 처절한 결핍인 갈증을 호소하시면서, 다른 한편으로 최후의 승리를 선포하는 완성이 선언됩니다.
4.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은 왜 “목마르다” 갈증을 호소하셨으며, 어떻게 마지막 숨을 앞에 두고 "다 이루었다"라고 선포하신 것일까요?
5. 로마 제국의 십자가 처형은 피를 말리고 호흡을 옥죄는 잔혹한 처형입니다. 예수님의 “내가 목마르다”라는 외침은 무엇보다 문자 그대로의 처절한 육체의 고통입니다.
6. 우리는 “내가 목마르다”라는 예수님의 외침을 너무 빨리 영적으로만 해석하려 합니다. 그래서 내가 목마르다는 예수님의 외침을 영혼의 목마름으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7. 하지만 예수님은 실제로 목이 말랐습니다. 입술이 타들어갔고, 혀는 입천장에 붙었습니다.
8. “내가 목마르다”라는 예수님의 외침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우리처럼 아파하고 갈증을 느끼는 ‘몸’을 입으셨음을 보여줍니다.
9. 이것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인간의 고통 건너편에서 우리를 지켜보시는 관찰자가 아니라는 것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10. 하나님은 고통 밖의 관찰자가 아니라, 인간의 고통 안으로 들어오신 분입니다.
11. 예수님의 갈증은 오늘날 우리 세상의 갈증과도 연결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여전히 목마름이 있습니다.
12. 기후 위기와 가뭄으로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 전쟁과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으며 타는 목마름을 견디는 난민들이 있습니다.
13. 목마름은 단지 물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난민과 홈리스의 갈증,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교육과 의료와 주거를 향한 구조적 갈증도 있습니다.
14. 타국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이민자들도 목마릅니다. 인정받고 싶은 갈증, 소속되고 싶은 갈증, 자녀들과 소통하고 싶은 갈증, 조국의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은 갈증을 안고 살아갑니다.
15. 예수님은 "내가 목마르다"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우리의 목마름을 먼 곳에서 바라보시는 분이 아니라, 함께 목말라하시는 분임을 나타내신 것입니다.
16.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은 "고난받는 하나님"이라는 개념을 통해 하나님은 세상의 고통 밖에 있지 않고, 고통 안에 계신다고 주장했습니다.
17. 세상의 눈으로 보기에 십자가는 완전한 실패입니다. 제자들은 모두 도망쳤고, 예수님이 주도했던 하나님 나라 운동은 완전히 무너진 것만 같았습니다.
18. 십자가에 달려 마지막 숨을 남기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을 본다면 이 순간은 결코 “다 이루었다”라고 선언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19. 우리 기준과 잣대로 따진다면 십자가에 달려 죽어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성공과는 거리가 먼 순간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순간에 “다 이루었다”라고 선언하신 것입니다.
20. 예수님께서 선언하신 “다 이루었다”라는 말씀은 헬라어로 “목적지에 도달했다.”, “값을 치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1.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끝까지 이루려고 하셨던 것은 무엇입니까? 인간을 위한 하나님의 사랑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22. 예수님은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자들을 용서하셨고, 강도에게 천국을 약속하셨고, 어머니와 제자를 새로운 가족으로 묶어주셨고,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절규조차 정직하게 드러내셨습니다.
23. 조롱과 배신, 죽음 앞에서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을 때, 예수님의 사랑은 비로소 완성되었습니다.
24. 오늘날 교회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이는가, 얼마나 큰 건물을 가졌는가, 얼마나 유명한 목사가 있는가로 교회의 성공을 판단합니다.
25. 하지만 십자가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희는 얼마나 사랑했는가?” 십자가는 성공한 영웅을 찬양하는 자리가 아니라, 끝까지 사랑하기 위해 자원하신 실패의 자리입니다.
26. 2008년 금융 위기 때, 많은 한인 이민자들이 사업에 실패하고 집을 잃었습니다.
27. 그때 어떤 분이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저는 실패한 인생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자녀들을 사랑했고, 교회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28. 세상의 기준으로는 실패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 앞에서 그분은 '다 이루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분입니다.
29. 예수님은 갈증을 해결한 뒤에 완성하신 것이 아닙니다. “내가 목마르다”라는 고통의 고백 이후에 “다 이루었다” 선언하셨습니다.
30. 이것은 고통이 다 끝난 뒤에야 완성이 오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통과하며 사랑이 완성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1. 우리의 삶에 여전히 갈증이 있고 상처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실패는 아닙니다. 그 갈증을 안고서도 끝까지 누군가를 사랑하고 연대할 때, 우리는 비로소 예수님과 함께 “이루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32. 십자가에서 남기신 다섯 번째 말씀 “내가 목마르다”와 여섯 번째 말씀 “다 이루었다”라는 말씀은 우리에게 세 가지를 묵상하게 합니다.
33. 첫째, 나는 내 안의 목마름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있습니까? 둘째, 이웃의 갈증에 응답하는 삶을 선택하고 있습니까? 셋째,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까?
34. 우리에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삶이 실패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35. 하지만 목마르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의 그 고통스러운 갈증 속에서도 나의 사랑은 완성되고 있다”라고 말입니다.
36. 우리 교회가 세상 기준으로는 작고 약해 보일지라도, 목마른 세상 한복판에서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37. 조금 덜 소비하고, 조금 더 나누며, 조금 더 타인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믿음의 결단이 우리 삶에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38. 내일은 아침 묵상이 없는 토요일이지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남기신 마지막 일곱 번째 말씀을 묵상합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목마르신 주님, 우리가 우리 안의 갈증과 세상의 갈증을 외면하지 않게 하옵소서. 실패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갈증을 안은 채로도, 끝까지 예수님이 보여주신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주옵소서. 그래서 언젠가 우리 인생의 끝에서, 주님과 함께 다 이루었다 고백하게 하옵소서. 우리의 목마름에 친히 참여하시고 십자가에서 사랑을 완성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chu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