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신앙을 허물라
요2:19-21
교회개혁과 갱신 시리즈 5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성전신앙을 허물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 설교는 지난번 교회개혁과 갱신 시리즈 4번째로 설교했던 “교회와 성전의 차이”에 대한 연속 설교입니다. 구약시대를 성전 중심의 신앙이라고 한다면, 신약시대는 교회 중심의 신앙입니다. 구약시대에서는 성전을 통해 하나님의 계시와 임재가 나타났다면 신약시대에서는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계시와 임재가 나타납니다. 구약의 성전 중심의 신앙에서 신약의 교회 중심의 신앙으로 바뀐 것은 기독교 신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 만큼 기독교 신앙의 매우 중요한 특징입니다.
구약시대의 신앙은 성전이라는 건물이 신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절기 때마다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을 방문하고, 성전에서 각종 제사를 드리고, 성전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 성전세를 내는 것이 하나님을 믿는 신앙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여겼습니다. 이처럼 신앙생활이 대부분이 성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성전에서 행하는 종교의식이 신앙의 전부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성전 중심의 신앙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말미암아 교회 중심의 신앙으로 바뀌었습니다. 교회 중심의 신앙은 단순히 성전이라는 건물에서 교회라는 건물로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닙니다. 신약에서 교회는 더 이상 건물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 교회였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따르는 교인들이 곧 성전이고 교회입니다. 건물이 성전이 아니라 저와 여러분의 몸과 삶이 성전이고 교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임재를 우리는 어느 곳에서나 체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전3:16-17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멸하시리라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하니 너희도 그러하니라.
예수님 당시 헤롯 성전이라고 불리는 예루살렘 성전은 이스라엘 모든 백성들이 자랑하며 자부심을 가졌던 성전이었습니다. 헤롯 성전은 주변의 그 어떤 신전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화려하고 웅장한 성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말씀하시길 이 성전을 무너뜨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사흘 동안에 새로운 성전을 세울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다시 세우실 성전은 건물로서의 성전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세우실 성전은 죽음에서 부활하실 예수님의 몸, 즉 그리스도의 지체인 '신약 교회'를 의미하는 말씀입니다.
요2:19-21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하였다. 그러자 유대 사람들이 말하였다. "이 성전을 짓는 데 마흔여섯 해나 걸렸는데, 이것을 사흘 만에 세우겠습니까?" 그러나 예수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자기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예수님께서 성전을 허물라고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지은 건물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생각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지은 건물을 성전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사람이 지은 건물에 하나님이 계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나님을 사람이 지은 건물에 가두어 둘 수 없기에 성전을 허물라고 하신 것입니다.
물론 당시 종교지도자들은 말로는 하나님을 성전에 모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을 자신들이 만든 건물에 가두어 둘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이 만든 건물에 가두어 두실 없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런 곳에 계시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하나님이 계시길 원하는 곳은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으신 사람의 마음이며 생각입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을 허물라고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 몸소 희생제물이 되셨기 때문에 더 이상 성전에서의 제사가 필요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성전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종교 예식이 무엇이었습니까? 동물을 죽여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으로 더 이상 동물 제사가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제사는 더 이상 동물 제사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가장 원하시는 제사는 거룩하고 존귀한 사람의 삶이 하나님께서 가장 원하시는 제사입니다.
롬12:1 형제자매 여러분, 그러므로 나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힘입어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거룩한 산제사로 드리십시오. 이것이 여러분이 드릴 합당한 예배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허물라고 하신 성전을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는 교회와 교인들이 다시 세우고 있습니다. 목사들은 예배당 건축을 성전 건축이라고 하며 더 크고 화려한 예배당을 짓는 것이 마치 하나님을 위한 최고의 헌신이며 사명이라고 교인들을 부추깁니다. 그리고 더 크고 화려한 교회 건물을 짓기 위해 교회가 가진 모든 재정과 에너지와 노력을 쏟아 붓습니다. 교인들 또한 더 크고 아름다운 교회 건물을 짓고 그런 건물에서 예배드리는 것이 마치 대단한 신앙이라고 착각합니다.
물론 교회에는 건물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 결코 아닙니다. 사람들이 모이기 위해서는 건물이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것이 훨씬 편리합니다. 다만 문제는 더 크고 화려하고 비싼 건물을 짓고는 교회 건물을 마치 구약시대의 성전처럼 여기는 것이 문제입니다. 교회 건물을 신성시하거나 거룩하게 여겨 교회건물을 성전이라고 하고, 강단을 제단으로, 교회의 비품들을 성물이라고 여기는 것은 매우 심각한 신앙의 왜곡이 됩니다.
교회건물을 거룩하다고 여기거나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고 여기는 것은 결코 그럴 수도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교회를 성전이라고 여기거나 교회를 사람들의 모임이 아닌 특정한 건물로 여기는 것은 몰라서 저지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이것은 매우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신앙의 왜곡입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으로 세워진 교회를 구약의 성전 시대로 되돌려 놓는 신앙의 퇴행이며 매우 심각한 영적 타락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이 거룩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신약성경은 하나님이 거하는 곳은 사람이 만든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이 지으신 사람이라고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람은 자신이 거룩해지는 것을 포기합니다. 대신에 자신들이 만든 건물이나 물건들만 거룩하게 여기려고 합니다. 교인들이 왜 이렇게 합니까? 자신이 거룩해지고 경건해지는 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거룩해 지려면 희생하거나 포기해야 할 것이 많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교인들을 향해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고 빛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교회 건물을 구약의 성전과 동일시하면서 교인들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기보다는 교회의 소금과 빛이 되는 일에 전력을 다하게 되었습니다. 교회건물을 성전이라고 여기는 교인들은 오로지 성전이라는 교회건물에 들어왔을 때만 거룩해 집니다. 교회건물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교회의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동안만 거룩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러다가 예배와 모든 프로그램의 참여를 마치고 예배당을 나서서 세상으로 진입하는 순간 교인들은 거룩함과 멀어집니다. 세상에 발을 딛는 순간 거룩함의 영성을 사라지고 지극히 세속화 됩니다. 신앙생활은 교회에서 하는 예배나 봉사만이 신앙생활이고 가정과 직장에서 하는 것은 세속적인 삶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교회의 방식대로 행동하고, 세상은 세상 방식대로 사는 것이 마치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라고 믿습니다.
한 마디로 세상과 교회를 엄격하게 구별하고 교회에서만 거룩하면 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교인들은 교회 안에서만 소금과 빛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교인들이 유일하게 거룩해질 수 있는 길은 예배당으로 나아가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대부분의 교인들은 교회건물 안에서만 거룩하고 선합니다. 교회에서만 보면 그렇게 훌륭하고 거룩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교회만 나서는 순간 세상 사람들보다 더 세속적인 사람이 됩니다. 이것이 교회의 심각한 위기와 타락을 가져오게 만든 이유입니다.
고대인들은 자신들이 믿는 전능하다는 신을 자신들이 만든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에 모실 수 있는 분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믿는 신이 다른 민족들의 신보다 더 위대하고 강력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했습니까? 신전을 다른 민족들의 신전보다 더 화려하고 웅장하게 짓는 것으로 자신들이 믿는 신이 다른 신보다 더 위대하고 강력하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했습니다. 더 큰 신전을 지어야 자신들이 모시는 신이 다른 민족의 신들보다 더 위대하다고 여기는 생각과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입니까!
그런데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교회와 교인들은 여전히 고대인들이 저질렀던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더 크고 화려하고 비싼 예배당을 지어야 하나님이 영광을 받는 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다른 교회보다 더 크고 화려한 예배당을 지으면,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다른 교회 교인들보다 더 크게 복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런 식의 믿음을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저잣거리의 우상 신과 다를 바 없는 잡신으로 만드는 신성모독입니다.
구약의 성전은 인간이 하나님을 만나는 신성한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유대 백성들은 성전 제사와 절기만 잘 지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여기며 하나님을 성전에 가두고, 정작 사생활에서는 제멋대로 방종하거나 우상을 섬기며 살았습니다. 이스라엘에 최초의 성전을 세운 위대한 왕이라는 솔로몬조차 이방의 처첩들과 우상들 속에서 살았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예배당 건물을 거룩하다고 여기는 잘못된 성전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따르는 바른 신앙이 아닙니다. 이것은 세상의 부귀에 빠진 솔로몬처럼 '삶이 없는 제사'를 바치는 맹신과 방종의 길입니다.
하나님은 예배당 벽돌 속에 가두어 둘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세상 어디에나 계십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의 모든 영역에 함께 계십니다. 교회라는 특정한 장소와 건물에서만 거룩하게 행동하려는 것은 하나님과 사람을 속이려는 매우 교묘한 외식입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경험하는 곳이지 우리가 거룩한 척하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가 정말 거룩해야 할 곳은 교회가 아니라 세상입니다. 교회에서는 거룩한 척 하지 말고 솔직했으면 좋겠습니다. 대신에 세상에서 가정에서 직장에서는 경건한 척이라도 좋으니 경건한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