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으로 인생을 즐기며 살라
전도서 5:18-20
오늘은 방금 읽은 전도서 5장 18절 이하의 말씀을 가지고 “평범한 일상으로 인생을 즐기라”라는 제목으로 말씀 전합니다. 지난주로 무려 13개월 47번이나 설교했던 전도서를 마쳤다고 하고선 또다시 전도서 말씀을 가지고 설교한다고 하니 의아하실 것입니다.
전도서가 마지막에 에필로그를 첨부하였던 것처럼 저도 전도서 강해에 대한 에필로그를 첨가하려고 합니다. 전도서에 대한 저의 에필로그는 한 번의 설교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인생을 즐기며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전도서 에필로그 시리즈 설교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13개월 동안 전도서를 묵상하고 공부하고 설교하면서 저에게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부질없는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인생의 어리석음과 헛됨을 강조하는 전도자의 주장에 깊은 공감이 갔습니다. 인생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며 살 필요도 없고 신앙생활이나 목회도 너무 비장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영적 도전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전도자는 인생은 허무하고 헛되니 허무하고 덧없이 인생을 살라고 권고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도자는 덧없는 인생살이를 최대한 즐기며 살라고 권합니다. 행복하게 살라고 합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사람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가장 중요한 뜻이라고 가르칩니다.
전5:20 하나님은 이처럼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시니, 덧없는 인생살이에 크게 마음 쓸 일이 없다.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헤르만 헤세는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 그저 행복 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주장은 전도서 5장 20절에 대한 가장 적절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도자는 인생이 대단하고 엄청난 의미가 있으니 인생을 즐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전도자는 인생을 살면서 인간이 추구하는 거의 모든 것이 헛되고 덧없는 것이니 주어진 인생을 즐기며 살라는 것입니다. 인생을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덧없는 인생을 가장 잘 사는 것이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며 우리가 하나님께 돌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입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게 살기를 원합니다.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것은 인간의 욕심이 아닙니다. 우리를 지으시고 만드신 하나님의 뜻입니다.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행복하기를 원하는 본능은 사람의 모든 욕구에 대한 출발점이자 도착점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막상 행복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모른 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자기 인생을 불행하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만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자기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막상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 모릅니다. 실제로 행복이라는 것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에는 무척이나 애매모호합니다. 도대체 어떤 것이 행복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일까요?
행복은 감정입니까? 그래서 즐거운 기분을 느끼는 것일까요? 아니면 고통이 없는 상태입니까? 아니면 쾌락에 빠져 황홀한 상태입니까? 흔히 행복은 기쁨, 황홀경, 쾌락, 만족, 성공, 출세, 부유함 같은 단어로 대체되어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는 성경이 가르치는 행복에 관해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때때로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난해도 성공하지 못해도 쾌락을 누리지 못해도 비싼 음식을 먹지 못해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심지어 극심한 고통이나 슬픔을 겪으면서도 행복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그럼 나는 행복한가?”라며 자기 자신에게 묻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물어서는 행복에 관한 제대로 된 답을 절대로 얻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물어서는 절대로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없습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은 행복에 대해 이분법적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매우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오직 두 개밖에 없습니다. 무엇입니까? ‘나는 행복하다’ 아니며 ‘나는 불행하다’ 입니다. 따라서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고 물어서는 행복에 대한 길을 찾을 수도 없고 행복하게 살 수도 없을 것입니다.
특정한 순간으로 행복을 가늠하려고 한다면 인생은 행복하다고 여기는 순간보다 불행하다고 여기는 순간이 훨씬 더 많습니다. 누구도 완벽한 만족과 기쁨을 누리며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완벽한 만족과 기쁨을 기대하는 것은 인생에 대한 터무니없는 욕심입니다. 이것을 기대하며 사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고 묻지 말고 대신에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이렇게 물을 때에만 비로소 우리는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어떤 특정한 지점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하는 과정임을 의미합니다.
지금 나는 행복한가를 묻지 말고 어떻게 해야 나는 어제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를 물으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완벽하고 완전한 행복한 순간을 찾기보다는 어제보다 더 나은 행복한 삶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어제보다 좀 더 행복해지는 길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행복의 길입니다.
행복에 관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가장 큰 오해는 성취감입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인생 목표를 세워놓고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랜 시간 고통을 참고 견디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고통과 인내의 대가로 원하는 목표를 이룹니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을 많은 사람이 행복이라 여기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과연 성취감이 성경이 가르치고 있고 전도자가 말하고 있는 행복일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도자는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인간의 모든 수고가 헛되다고 했습니다. 물론 내가 세운 목표를 그것이 무엇이든 오랜 고통과 인내와 노력으로 마침내 이루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너무나 황홀하고 대단합니다. 그래서 성취감을 인생의 행복이라 착각하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무엇을 이루어내므로 얻는 성취감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은 일시적입니다. 순간입니다. 성취감이 지나가고 나면 이전보다 더 큰 공허함이 우리를 가득 채웁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크고 어려운 목표를 세웁니다. 그리고 또다시 그것을 이루려고 지금 누려야 할 행복한 삶을 미룬 채 또다시 고통스러운 삶의 순간들을 참아내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우리는 지금 오늘 당장 누려야 할 행복을 늘 저 멀리 아득한 미래의 것으로 미루며 살아갑니다. 이것이 우리 인생의 어리석음입니다. 결국 이러한 삶의 자세는 막상 고통과 인내로 마침내 원하고 바라는 바를 또다시 얻었다 할지라도 그것으로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지 못합니다.
인생은 짧고 덧없으며 인간이 살면서 이루고자 하는 모든 것이 헛되다고 한탄하였던 전도자가 인생에 대한 내놓은 대안이 무엇입니까? 세상에서 애쓰고 수고하여 얻은 것으로 먹고 마시며 즐거워하며 살라고 합니다. 이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람이 마땅히 누릴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전5:18 그렇다. 우리의 한평생이 짧고 덧없는 것이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이니, 세상에서 애쓰고 수고하여 얻은 것으로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요, 좋은 일임을 내가 깨달았다! 이것은 곧 사람이 받을 몫이다.
전도서가 말하는 ‘먹고 마신다’라는 것은 방탕하게 사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같이 반복해야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전도자는 평범한 일상을 즐기며 살라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 현재의 일상을 즐기라는 것이 전도자가 짧고 덧없는 인생에 대해 주는 전도자의 대안입니다.
현재의 일상을 즐기라는 전도자의 권고는 현재의 일상에는 즐거운 일이 항상 일어나고 웃을 일만 가득하기에 즐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직업을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로만 여깁니다.
이런 사람에게 행복은 직장에 나가지 않거나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휴일일 것입니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을 인생의 유일한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날은 얼마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 되지 않는 날도 다음 날이며 또 일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직업은 다른 사람을 돕고 섬기는 최고의 수단이자 방법이며 존귀한 일입니다. 동시에 자신의 생계도 해결하는 가장 좋은 일입니다. 매일 반복하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의미를 차고 기쁨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지금보다 조금만 더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면 됩니다.
말씀을 마칩니다. 일상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짧고 덧없는 인생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의 행복은 무슨 대단한 것을 성취해야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날마다 즐길 줄 아는 데서 시작됩니다.
짧고 덧없는 인생살이의 행복은 그리 대단하고 엄청난 일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여기 오늘 이 자리에 그리고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정직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즐길 줄 알고,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돕고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행복한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