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있는 첫 계명
출애굽기 20:12 에베소서 6:1-4
십계명 강해 열아홉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라는 제5계명에 대한 세 번째이자 마지막 설교로 “약속 있는 첫 계명”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합니다.
지난 두 주간, 우리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라는 계명 속에 담긴 영적 의미와 교훈에 대해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설교에서는 “왜 부모 공경이 살인 금지보다 먼저인가?”라는 주제로 부모 공경이라는 5계명의 독특한 위치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부모를 공경하라는 5계명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계명이 끝나고 이웃과의 관계에 대한 계명이 시작하는 맨 처음으로 주셨습니다.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연결하는 다리와 같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을 통해, 부모에 대한 순종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경외를 배우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내가 아닌 부모님을 섬기고 사랑하므로 이웃을 어떻게 용서하고 사랑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훈련하게 하셨습니다.
두 번째 설교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부모를 공경하는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경이란 단순히 물질적 부양을 넘어 부모님의 존재 자체를 무겁게 여기는 태도(카베드)이며, 그분들의 삶을 딛고 더 나은 믿음의 세대로 나아가는 성숙의 여정이라는 것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보려는 말씀은 부모를 공경하라는 5계명에 주신 하나님의 약속 또는 언약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열 가지 계명 가운데 그 계명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 복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계명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5계명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에베소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5계명을 가리켜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라 불렀습니다. 엡6:2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5계명에 주신 축복의 언약이 무엇입니까? 출20:12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여기서 ‘네 생명이 길리라.’라는 축복은 누구에게 주신 것입니까? 부모가 아니라 부모를 공경하는 자녀들입니다. 부모 공경으로 인한 유익은 부모가 아니라 철저하게 부모를 공경하는 자녀들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네 생명이 길리라”라는 언약이 무슨 뜻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많은 분이 “네 생명이 길리라”라는 언약을 단순히 오래 사는 것, 즉 육신의 생명을 오래 사는 것으로만 여깁니다. 하지만 “네 생명이 길리라.”라는 하나님의 언약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서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가 풍성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주 우리는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부모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성숙한 믿음의 사람으로 자라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진정한 공경이라고 했습니다. 바로 그 성숙을 향한 거룩한 몸부림이야말로, '네 생명이 길리라'라는 하나님의 언약이 우리 삶에 임하는 구체적인 통로가 됩니다.
부모 공경은 하나님 경외를 배우는 최고의 훈련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 내면 깊이 뿌리내린 ‘자만’과 ‘자기중심성’을 꺾기 위해 부모 공경의 계명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권위를 인정하는 겸손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권위를 인정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 겸손과 순종을 통해, 하나님은 가정의 파괴와 불화, 세대 간의 단절이라는 죄의 악순환을 끊어내길 원하십니다.
오늘 우리 주변을 돌아보십시오. 가정의 깨어짐, 부모 자녀 간의 상처, 세대 갈등, 믿음의 단절이 얼마나 만연합니까?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깊은 차원의 부모 공경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것이 곧 가정의 치유, 세대의 화해, 공동체의 회복, 그리고 하나님의 축복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생명이 길리라”라는 하나님의 언약의 담긴 진정한 의미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라는 하나님의 언약은 관계의 생명이 길어지는 축복을 뜻합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겸손을 배운 사람은 다른 모든 인간관계, 즉 부부 관계, 자녀 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이처럼 건강한 관계 속에서 누리는 평안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진정한 축복일 것입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축복은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고, 우리가 발 딛고 선 “네게 준 땅”으로 확장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땅’은 삶의 터전이자 국가 공동체 그 자체였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땅’은 우리의 가정이고, 신앙 공동체인 교회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입니다.
한 사회가 앞선 세대의 희생과 지혜를 존중하고, 다음 세대를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할 때, 그 공동체는 견고한 반석 위에 서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부모 공경은 단순히 도덕적 의무가 아닙니다. 이것은 믿음과 사랑, 헌신과 희생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하는 축복의 가장 중요한 통로이며 방법입니다.
주 안에서 부모님이 물려주신 선한 가치와 신앙 유산을 이어받아, 우리 역시 우리의 자녀 세대에게 더 크고 깊은 믿음과 사랑을 물려주는 것,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축복의 본질입니다. 이 축복은 세대를 넘어 흐릅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자녀는 다음 세대에게 공경받을 것이며, 부모를 공경할 줄 아는 가정에는 평안과 사랑이 머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가정들이 모인 공동체는 하나님 나라의 모형이 되어, 이 땅에서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은혜의 터전이 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에서 5계명을 약속 있는 첫 계명이라고 하면서 이 계명을 지킴으로 얻는 축복을 “네가 잘되고”라는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엡6:3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여기서 ‘잘 된다’라는 것은 흔히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이나 부귀영화가 아닙니다. 성경에서 잘된다는 것은 하나님과 이웃과의 관계가 평안한 ‘샬롬(Shalom)’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이 언제 가장 잘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언제 가장 샬롬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께서 세우신 창조의 질서를 따르며 세상과 조화를 이룰 때입니다. 그리고 그 질서 회복의 첫 단추가 바로 부모 공경을 통해 나의 자만을 꺾고, 내 인생의 주권을 하나님께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이처럼 부모 공경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니 모든 관계가 회복되고, 삶의 모든 영역이 질서를 찾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길 원하는 궁극적인 축복, ‘샬롬’입니다.
이처럼 “네 부모를 공경하라”라는 계명은 우리에게 무거운 짐을 억지로 지게 하는 율법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축복의 삶으로 초대하시는 하나님의 사랑 가득한 초대장입니다. 부모를 공경함으로 하나님을 경외하고, 부모 세대의 유산을 이어받고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는 더 깊은 믿음과 사랑의 사람으로 자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가정을 넘어,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축복의 삶입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이 축복은 우리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신 분들은 부모님을 잘 공경하는 것으로, 이미 부모님을 주님 곁으로 보내드린 분들은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것으로 이 계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혹 부모님께 받은 상처로 고통받는 분이 있다면, 그 아픔의 고리를 끊어내고 용서와 치유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정립함으로 이 계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소통 전문가로 활발한 강연을 하는 김창옥 씨는 청각장애 3급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평생 제주도에서 돌 깨는 노동일을 하셨고, 귀가 들리지 않아 가족들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김창옥은 친구를 집에 데려왔을 때, 친구의 인사를 받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며 처음으로 아버지가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그는 아버지와 아무런 감정적인 교류 없이 성장했습니다. '아버지'라는 단어 자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버지와의 관계는 단절되어 있었고, 이는 그에게 큰 상처와 결핍으로 남았습니다. 그는 강연에서 "아버지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고 고백하며, 그로 인한 심각한 죄책감에 시달렸던 과거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성인이 되고 가정을 꾸린 후, 김창옥 씨는 자신이 아들들에게 무뚝뚝하게 대하는 자기 모습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까지 외면하고 살던 아버지와 마주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그는 아버지와의 불통이 자신과 자기의 아들에게까지 대물림되고 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화해를 위한 첫걸음으로, 그는 아버지에게 소리를 선물하기로 결심합니다. 병원 검사를 통해 인공와우 수술을 하면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버지는 도움으로 수술을 받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나요?'(2020)로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이 단절을 극복하고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수술 후 아버지가 전화기 너머로 가장 먼저 했던 말씀은 "막둥이냐, 아빠야, 미안하다"였습니다. 비록 그의 아버지는 2021년 11월에 세상을 떠나게 되어 부자지간에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김창옥 씨는 아버지를 한 인간으로 이해하고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오랜 상처가 치유되고 옅은 흉터로 남게 되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김창옥 씨의 이야기는 우리가 지난 3주간 나눈 모든 가르침의 생생한 증거입니다. 그는 청각 장애자 아버지로 인한 자신의 상처와 분노라는 ‘자기중심성’을 극복하고 아버지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아버지를 공경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대면하고 화해함으로 대를 잇는 상처의 고리를 끊어내어 아버지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최고의 '공경'을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삶에 부모를 공경하는 자에게 주신 하나님의 언약인 샬롬이 임한 것입니다.
말씀을 마칩니다. 하나님은 저와 여러분 모두가 복된 인생을 살기 원하십니다. 그리고 복된 인생의 문을 여는 열쇠를 ‘부모 공경’이라는 계명에 두셨습니다. 싫든 좋든 우리는 모두 부모를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입니다. 나를 세상에 있게 한 부모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인간다운 존재로 만들 것입니다.
이번 한 주, 살아계신 부모님께는 따뜻한 안부 전화 한 통, '감사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라도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미 부모님이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면, 부모님이 남겨 주신 선한 유산을 하나 떠올리며 감사 기도를 드려도 됩니다. 그리고 부모님으로 인해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마음의 상처가 있다면, 그 아픔을 주님께 내어놓고 '용서의 첫걸음'을 떼게 해달라고 기도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부모 공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이 놀라운 축복을 풍성히 누리며 사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