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는 왜 거짓 증언을 금하셨는가?

출애굽기 20:16 잠언 25:18

 

십계명 강해 스물아홉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부터는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라는 십계명의 아홉 번째 계명에 대해 3주 동안 말씀을 전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9계명에 대한 첫 번째 설교로 “하나님께서는 왜 거짓 증언을 금하셨는가?”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눕니다. 오늘도 나누는 말씀 가운데 여러분 각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뜻을 깨닫는 은혜와 새로운 삶에 대한 결단이 있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많은 교인이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계명을 다른 계명들처럼 그리 중요하거나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계명을 거짓말하지 말라는 수준 정도로만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계명에 담겨있는 하나님의 뜻을 살펴본다면 9계명은 결코 간단하게 여길 수 없는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계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성경은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계명을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사람의 생명과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매우 엄중한 명령으로 우리에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기에 십계명에 포함할 정도로 중요하고 심각한 명령일까요?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9계명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계명이 처음 주어졌던 시대적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9계명은 단순히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신 계명이 아닙니다. ‘거짓 증거하지 말라고 분명하게 명령하고 있습니다. 거짓 증거란 법정에서 사용하는 공식적인 증언으로서 다른 말로 하면 재판의 결과를 바꾸기 위해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늘날은 범죄를 재판할 때 사람의 증언만이 아니라 CCTV 영상, 지문, DNA와 같은 과학적 증거에 크게 의존합니다. 하지만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이런 것들을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재판의 판결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근거는 바로 ‘증인의 증언’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증인의 말 한마디에 한 사람의 재산과 명예, 나아가 생명까지 달려 있었습니다.

이처럼 재판에서 증언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일 수도 있는 칼보다 무서운 도구였습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과 한계 때문에, 율법은 증인에 매우 엄격하게 규정했습니다. 증인의 거짓 증언으로 인한 억울한 희생자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두었습니다. 무엇입니까? 한 사람의 증언만으로는 사람을 처벌할 수 없고 반드시 두세 사람의 증언이 있어야만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신19:15 사람의 모든 악에 관하여 또한 모든 죄에 관하여는 한 증인으로만 정할 것이 아니요 두 증인의 입으로나 또는 세 증인의 입으로 그 사건을 확정할 것이며

열왕기상 21장에 나오는 ‘나봇의 포도원 사건’은 거짓 증언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중대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나봇에게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아름다운 포도원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아합왕은 나봇의 포도원을 가지고 싶어서 돈을 주고 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봇은 조상의 유산은 절대로 팔 수 없다며 아합왕의 부탁을 단호히 거절합니다.

그러자 아합왕의 아내 이세벨이 계략을 꾸밉니다. 그녀는 불량배 두 사람을 돈으로 매수하여서, 나봇이 하나님과 왕을 저주했다고 법정에서 거짓 증언하게 만듭니다. 율법의 규정에 따라 두 사람이 똑같이 증언하자 사람들은 그것을 사실로 여겼습니다. 결국 포도원 주인 나봇은 거짓 증언 때문에 돌에 맞아 억울한 죽임을 당했고, 그의 포도원은 결국 아합왕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나봇의 포도원 사건은 거짓 증언이 어떻게 한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법정에서 거짓 증언은 단순히 이웃을 속이는 거짓말로 그치지 않습니다. 거짓 증언은 살인(6계명)과 도둑질(8계명)로 이어지는 확대되었습니다. 이처럼 거짓 증언은 한 사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살인 행위와 같았기에, 잠언은 거짓 증거를 방망이요, 칼이요 뾰족한 화살로 비유합니다. 잠25:18 자기의 이웃을 쳐서 거짓 증거하는 사람은 방망이요 칼이요 뾰족한 화살이니라

이처럼 거짓 증언은 말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 행위와 같습니다. 그래서 거짓 증언에 대한 율법의 처벌은 준엄했습니다. 자신의 거짓 증언으로 사형 판결이 내려지면, 증인은 가장 먼저 돌을 들어 피고인에게 던져야 했습니다. 자신의 증언에 대해 책임지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증언이 거짓으로 판명이 나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가 던지려던 심판의 돌은 자기 자신에게로 향했습니다. 거짓 증언자가 돌에 맞아 죽는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계명으로 거짓 증언을 금하신 이유는 분명합니다. 거짓 증언은 이웃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이요 재산을 강탈하는 도둑질로서 사회의 근간인 법질서를 무너뜨려 공동체 전체를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정의의 하나님이시며, 약자를 보호하시는 분이십니다. 거짓 증언은 바로 이런 하나님의 성품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가장 사악한 죄악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9계명의 의미가 단지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금지하는 것에만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종교개혁가 루터는 이 계명의 의미를 우리의 일상생활 전체로 확장하여 해석했습니다. 그들은 이 계명이 단순히 거짓 증언을 금하는 것을 넘어, 이웃의 명예와 인격을 지키고 보호하라는 하나님의 적극적인 사랑의 명령이라고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언어’라는 선물을 주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 사랑을 표현하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하나님과 같아지려고 했던 인간은 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언어를 타락시켰습니다. 사람과의 소통과 사랑을 위해 주신 말이 사람과의 관계를 파괴하고 상처를 주는 말로 변질시킨 것입니다.

아담이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하신 나무 열매를 먹고 하나님께서 어떻게 변명했습니까? 창3:12 아담이 이르되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아담의 말은 사랑을 표현하고 관계를 이어주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아내와의 관계마저 단절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칼이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엄중한 계명으로 거짓 증언을 금하신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웃에 대해 거짓 증거를 말할 때, 우리는 이웃의 존재를 왜곡하고, 그의 인격을 짓밟으며, 하나님께서 그에게 부여하신 존귀함과 명예를 훔치는 영적 도둑질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나아가 사람들을 이간질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깨뜨림으로써, 하나님의 창조 질서인 ‘샬롬’, 즉 평화를 깨뜨리는 죄를 범하게 됩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샬롬’을 깨뜨리는 거짓 증언의 죄는 오늘날 우리의 일상에서 수시로 벌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는 나봇의 시대처럼 법정에서 거짓 증거의 돌을 들지는 않습니다. 오늘날 거짓 증언은 인터넷 공간, 특히 가짜뉴스와 악성 댓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퍼 나르는 단톡방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 훨씬 더 은밀하고 파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가장 안전하고 사랑이 넘쳐야 할 가정은 어떻습니까? 안타깝게도 가정은 가장 빈번하게 거짓 증언이 일어나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부부싸움을 할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우리는 종종 배우자를 이기기 위해 사실을 과장하고 왜곡하는 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당신은 항상 그런 식이야!", "당신은 절대 내 말을 듣지 않아!"와 같은 말들이 대표적입니다.

정말 배우자가 '항상' 그랬습니까? '절대' 듣지 않았습니까? 아닙니다. 이것은 진실을 말하기 위함이 아니라, 상대를 악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교묘한 거짓 증언입니다. 이러한 말의 돌멩이는 배우자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부부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이것은 부모와 자녀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들은 자녀가 잘못했을 때, 자녀의 잘못 자체를 훈계하는 것을 넘어 자녀의 인격 자체를 판단하거나 왜곡합니다. "너는 어쩜 그렇게 게으르니?", "이것밖에 못해?"라며 자녀의 인격 전체를 판단하는 말을 합니다. 이것은 자녀의 존재에 대한 거짓 증언입니다.

부부와 부모들의 거짓 증언의 결과가 무엇입니까?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 서로를 의심하고 판단하는 차가운 법정이 되어 버립니다. 가정에서 거짓 증언은 사랑을 무너뜨립니다. 하나님 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모형인 가정이 진리와 사랑의 언어가 아닌, 거짓과 판단의 언어로 채워질 때, 그 가정은 하나님의 영광인 하나님 나라를 드러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일터는 어떻습니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분에 사로잡혀 너무나 자주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을 택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동료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실을 왜곡해서 아첨하는 것도 일종의 거짓 증언입니다. 특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료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뒷말과 소문은 직장 공동체를 파괴하는 가장 강력한 독입니다.

그 결과, 협력해야 할 동료가 잠재적인 적이 되고, 직장은 불신과 갈등으로 가득 찬 전쟁터가 됩니다. 성도에게 직장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은 우리가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빛과 소금으로 부름 받은 거룩한 사명의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가 진실을 버리고 거짓을 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세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언할 수 있겠습니까?

더 나아가 일상의 거짓 증언으로 인해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 곳은 교회 공동체입니다. 목사는 교인을 손쉽게 통제하기 위해 성경 말씀을 왜곡해 협박하는 거짓 설교를 남발합니다. 목사와 교인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거룩하게 보이려는 외식하는 기도나 말로 하나님과 사람을 속이려고 합니다. 사실 확인 없이 자신의 감정이나 일부의 이야기만 듣고 목사나 교우들에 대한 비난이나 뒷담화 역시 하나님께서 세우신 거룩한 교회 공동체를 분열하고 무너뜨리는 매우 심각한 거짓 증언입니다.

말씀을 마칩니다. 오늘 우리는 “하나님께서 왜 거짓 증언을 금하셨는가?”라는 질문으로 네 이웃에 대해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9계명의 말씀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거짓 증언을 금하신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부정직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넘어서는 매우 파급력과 확장성이 큰 매우 심각한 영적 타락이며 죄이기 때문입니다.

거짓 증언은 이웃의 생명과 재산, 명예를 파괴하는 살인이요 도둑질입니다. 거짓 증언은 공동체를 지탱하는 정의와 신뢰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거짓 증언은 관계를 맺고 사랑을 나누라고 주신 언어라는 신성한 선물을 파괴의 무기로 변질시키는 죄악입니다. 더 나아가 거짓 증언은 진리이신 하나님의 성품을 거스르는 것이며,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이웃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매우 악한 범죄입니다.

우리의 거짓 증언은 가정에서는 사랑을 무너뜨리고, 직장에서는 정의를 무너뜨리며, 교회에서는 진리를 무너뜨립니다. 따라서 성도인 우리는 모든 관계 속에서 진실과 사랑의 언어로 무너진 곳을 세우고,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책임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라기는 우리의 말이 이웃을 죽이는 거짓 증언의 도구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공동체를 세우는 축복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진리의 하나님 아버지,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준엄한 명령 앞에서 우리의 언어생활을 돌아봅니다. 가정과 직장과 교회에서, 때로는 무지해서, 때로는 악한 마음에 이끌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쉽게 말하고 퍼뜨리며 이웃의 명예에 상처를 입혔던 우리의 죄를 고백하오니 용서하여 주옵소서. 우리의 혀와 손가락이 이웃을 죽이는 무기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공동체를 세우는 축복의 도구가 되게 하옵소서. 우리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여 주사, 이웃을 사랑하며 참된 것을 말하는 주님의 신실한 자녀로 살아가게 하옵소서. 오늘도 시간을 구별하여 예배의 자리로 모인 성도들과 물질을 구별하여 봉헌한 손길 위에 그리고 여러 가지 사정과 형편으로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교우들에게도 주님의 은총이 충만하길 바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