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신5:20 행1:8
십계명 강해 서른한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네 이웃에 대해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9계명에 대한 마지막 세 번째 설교로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눕니다. 오늘도 나누는 말씀 가운데 여러분 각자에게 주시는 깨달음의 은혜와 새로운 삶에 대한 결단과 고백이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두 주간에 걸쳐 우리는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아홉 번째 계명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첫 번째 시간에는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계명이 고대 이스라엘의 법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한 사람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얼마나 무서운 무게를 지닌 명령이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나봇의 포도원 사건처럼 거짓 증언은 단순히 사람을 속이는 거짓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거짓 증언은 억울한 누명을 씌워 사람을 죽게도 하고, 남의 것을 빼앗는 도둑질로도 이어지는 무서운 죄입니다. 그리고 이 죄는 법정뿐 아니라 인터넷 공간, 심지어 우리의 가정과 직장, 교회에서도 교묘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난주에는 거짓 증거가 대단히 파괴적인 죄인 줄 알면서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영적인 뿌리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 원인은 일차적으로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탐욕과 두려움 때문이며, 이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어졌기 때문임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거짓 증거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단순히 말을 조심하려는 노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먼저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을 통해 우리의 존재가 변화되어야 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마음이라는 수원지를 채워야만 거짓 증거 대신 진실과 진리를 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9계명에 대한 세 번째이자 마지막 설교입니다. 지금까지는 '하지 말라'는 금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오늘은 이 계명에 담긴 하나님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부르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단지 우리에게 거짓 증인이 되지 말라고 경고하시는 데서 그치지 않으십니다. 우리를 하나님의 "진실한 증인"의 삶으로 초대하고 계십니다.
우리를 진실한 증인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초대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며 제자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명령과 연결됩니다. 행1:8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9계명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진실한 증인'의 삶이란 진리가 되시는 예수님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그렇다면 진리가 되시는 예수님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입니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진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보통 진리라고 하면 '사실에 부합하는 말'을 떠올립니다. '지구는 둥글다'처럼 객관적인 사실과 일치하는 것이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거울과 같은 진리’라고 합니다. 거울은 있는 그대로 사실을 비춥니다. 이것은 차갑고, 객관적이며, 감정이 없습니다. Fact 그 자체입니다. 법정에서 재판할 때 사실관계를 따질 때, 정확한 사실에 기초한 거울의 진리는 꼭 필요합니다. 이런 사람은 맞는 말은 하는데 싸가지 없게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씀하는 진리는 단순히 여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성경의 진리는 사실관계를 넘어서 생명과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공동체의 '샬롬'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반석과 같은 진리’라고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아무런 감정도 없는 차가운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관계를 세우며 공동체에 평화를 가져오는 반석과 같은 진리입니다.
god라는 한국 아이돌 그룹이 부른 ‘어머니께’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 노래는 god 멤버 가운데 한 가수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불렀던 노래라고 합니다. 가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가난했던 시절, 매일 먹던 라면이 질려서 어머니에게 우리도 짜장면 먹고 싶다고 투정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비상금을 털어서 투정하는 아들을 데리고 짜장면 가게에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며 안 드시고 아들만 먹으라고 한 것입니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여러분은 이 어머니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아마 어머니도 짜장면이 무척 드시고 싶으셨을 겁니다. 있는 그대로 드러난 사실로만 본다면 어머니의 말은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그러나 누구도 어머니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비난하지 않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짜장면이 싫다고 하시는 어머니의 말에는 사실 너머의 더 깊은 진실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형편에서 자식이라도 짜장면을 먹이고 싶은 어머니의 사랑이 짜장면은 싫다고 하신 것입니다. 짜장면이 싫다고 하신 어머니의 말은 ‘거울과 같은 진리’에 비추면 명백히 사실과는 다른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짜장면이 싫다는 어머니의 말에는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반석과 같은 진리’의 말입니다.
이 가슴 뭉클한 어머니의 사랑이 바로, 하나님께서 9계명을 통해 우리에게 원하시는 진실한 증인의 모습입니다.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우리가 사랑도 진실도 없이 오직 사실(fact)만 말하는 차가운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보이는 사실 너머에 있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을 품어주고 치료하고 살리고 구원하는 반석과 같은 진리를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선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삶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내 증인이 되리라’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단순히 믿지 않는 사람들을 자기 교회로 데리고 오는 전도나, 복음이 전파되지 않은 다른 나라에 가서 기독교 교리를 전파하는 것쯤으로만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증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이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복음 전도가 진정한 능력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증인이 되는 것은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셨던 진리 즉 가난한 자와 병자를 불쌍히 여기시고 세리와 죄인을 긍휼히 여기시면서도 권력자와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을 꾸짖으셨던 그분의 가르침과 말씀을 우리의 삶으로 세상에 드러내는 것입니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 온 여인을 향해 무리가 돌을 들었을 때, 그들은 차가운 율법의 사실 뒤에 숨어 한 생명을 죽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라고 말씀하심으로, 그들의 위선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여인을 향해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라고 말씀하심으로, 그녀를 살리는 “반석과 같은 진리”, 생명의 말씀을 선포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증인이 되는 것은 바로 이 긍휼의 마음으로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거짓 증언을 속삭입니다. “넌 자격이 없어”, “넌 틀렸어”, “넌 무능해”라는 말들로 우리의 영혼을 병들게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증인은 거짓된 세상의 소리에 맞서, 예수님의 음성으로 하나님의 진리를 선포하는 사람입니다.
절망에 빠진 이웃에게 다가가 “괜찮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셔”라고 말해주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긍휼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상한 마음을 치유하고 한 영혼을 살리는 생명의 통로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예수님의 참된 증인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증인은 그분의 공의로 이웃을 보호하는 사람입니다. 9계명은 공동체의 법질서를 지키고 약자를 보호하라는 사회적 명령입니다. 시편을 68편 5절을 보면 그의 거룩한 처소에 계신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시며 과부의 재판장이시라 말씀합니다. 예수님 역시 가난한 자, 과부, 고아, 병든 자들처럼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권리를 찾아주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증인으로 산다는 것은, 예수님의 마음으로 세상의 불의에 맞서고 약자를 보호하는 책임을 감당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직장에서 동료가 부당하게 차별받거나 모함을 당할 때, 모른 척 외면하는 것은 결코 예수님의 증인 된 삶이 아닙니다. 진실한 증인은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억울한 이웃의 편에 서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증언이 단지 말에 그치지 않고, 억압받는 이웃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세상에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보여주는 예수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예수의 증인은 그분의 담대함으로 세상의 불의와 종교적 위선에 맞서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죄인에게는 한없이 따뜻하셨지만, 진리를 가리고 백성을 속이는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을 향해서는 “회칠한 무덤이요 독사의 자식들”이라며 단호하게 꾸짖으셨습니다.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들의 상을 뒤엎으신 것은, 거룩해야 할 하나님의 집이 강도의 소굴로 변질된 것에 대한 거룩한 분노였습니다.
예수님의 증인이 된다는 것은, 때로 이러한 예수님의 담대함으로 세상의 거짓과 불의에 ‘아니오’라고 외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오히려 약자와 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거짓 증언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증인은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만 통용되는 편협한 정의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당신의 자녀로 품으시는 하나님의 보편적인 사랑을 증언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증인의 삶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손해를 보고, 미움을 받으며, 외로운 길을 걸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이었습니다. 우리의 증언이 때로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라도, 그것이 잠자는 영혼을 깨우고 교회를 거룩하게 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능력임을 믿고, 우리는 담대하게 진리를 외쳐야 합니다.
예수님의 죄인과 병자와 가난한 자들을 향해서는 한없는 긍휼과 용서의 언어를 사용하셨지만, 종교 지도자들의 가식과 위선을 향해서는 단호하게 꾸짖으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십자가 위에서, 그분은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심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를 증언하시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참된 증인'이 되셨습니다.
말씀을 마칩니다. 9계명은 단순히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금지를 넘어, 땅끝까지 이르러 "예수의 증인이 되라"는 하나님의 적극적인 부르심이며 초대입니다. 이 부르심은 우리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탐욕과 두려움에 쉽게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분 안에서 우리의 존재가 새롭게 되고, 성령께서 우리의 입술을 주장하시고 발걸음을 인도하실 때, 비로소 우리의 말과 삶은 변화될 수 있습니다.
바라기는, 저와 여러분의 남은 모든 날이 이 위대한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이 되기를 원합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이민 교회의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모든 말이 예수님의 긍휼과 공의와 담대함을 증언함으로, 저와 여러분의 신앙 여정이 예수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복음의 증거가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복합니다.
진리의 하나님 아버지,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단순히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하나님의 위대한 초청이며 사명임을 깨닫게 하옵소서. 우리는 세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라는 사명을 감당하며 살아야 함에도 탐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예수님의 긍휼을 잃어버리고, 비겁한 침묵으로 불의를 외면하며, 이웃에게 상처 주는 말을 너무나 쉽게 내뱉었던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성령으로 우리에게 권능을 더하여 주사,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시고 우리의 입술을 주장하여 주옵소서. 그래서 우리의 모든 말과 삶이 이웃을 살리고, 가정을 회복하며, 교회를 세우고,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의 살아계심을 증언하는 능력의 도구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오늘도 시간을 구별하여 예배의 자리로 모인 성도들과 물질을 구별하여 봉헌한 손길 위에, 그리고 여러 가지 사정과 형편으로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교우들에게도 주님의 은총이 충만하길 바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