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금요일-내가 심지 않은 열매 앞에서
요한복음 4:36-38
요 4:36 거두는 자가 이미 삯도 받고 영생에 이르는 열매를 모으나니 이는 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가 함께 즐거워하게 하려 함이라
요 4:37 그런즉 한 사람이 심고 다른 사람이 거둔다 하는 말이 옳도다
요 4:38 내가 너희로 노력하지 아니한 것을 거두러 보내었노니 다른 사람들은 노력하였고 너희는 그들이 노력한 것에 참여하였느니라
1. 한 주간의 일상을 마무리하는 금요일 아침입니다. 한 주간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도 말씀 묵상으로 주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가는 복된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2. 어제 묵상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추수는 사람을 숫자로 소유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시작하신 생명을 발견하는 것임을 살펴보았습니다.
3. 오늘 묵상하는 말씀에서 예수님은 추수의 기쁨이 누구의 것인지를 말씀하십니다.
4. 요 4:36 거두는 자가 이미 삯도 받고 영생에 이르는 열매를 모으나니 이는 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가 함께 즐거워하게 하려 함이라
5.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삯을 개인의 공로에 따른 보상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보상은 사람들이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의 생명에 참여하고, 뿌리는 사람과 거두는 사람이 함께 기뻐하는 데 있습니다.
6. 영생에 이르는 열매로 모이는 사람들 역시 우리가 소유할 대상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예수님 안에서 참된 생명을 얻고 하나님과의 관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추수의 기쁨입니다.
7. 농사를 짓다 보면 한 사람이 씨를 뿌리지만 열매는 다른 사람이 거둘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고와 결과 사이에는 긴 시간과 여러 사람의 손이 놓여 있습니다.
8. 요 4:37 그런즉 한 사람이 심고 다른 사람이 거둔다 하는 말이 옳도다
9. 이것은 하나님 나라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일은 한 사람이 시작하고 완성하여 자기 이름을 남기는 개인 작품이 아닙니다.
10. 예수님은 먼저 수고한 다른 사람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십니다.
11. 하지만 모세의 약속과 메시아의 소망을 전해 온 이들, 경계를 넘어 여인과 대화하신 예수님,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초대한 여인의 증언이 그 배경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2. 제자들은 자신들이 시작하지 않은 일의 열매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이것에 대해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13. 요 4:38 내가 너희로 노력하지 아니한 것을 거두러 보내었노니 다른 사람들은 노력하였고 너희는 그들이 노력한 것에 참여하였느니라
14. 제자들은 추수의 주인이 아니라 보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밭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앞선 사람들의 수고에 들어가 하나님의 일에 참여합니다.
15. 우리는 열매를 거두면 그것을 자기 능력의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성공한 목회와 성장한 교회, 잘 자란 자녀를 자기의 작품처럼 말합니다.
16. 그러나 우리의 열매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의 기도와 희생이 들어 있습니다.
17. 이민자가 낯선 땅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한국에서 보내준 가족의 도움, 처음 길을 알려 준 이웃과 교회의 친절이 있었습니다.
18. 한 사람이 믿음의 사람으로 자라기까지는 어린 시절 이름을 불러 준 교사, 아플 때 식사를 가져온 교우, 신실한 삶으로 믿음을 전해 준 앞선 세대의 수고가 있습니다.
19. 내가 거두었다고 생각한 열매는 사실 다른 사람이 오래 뿌린 씨앗이 맺은 열매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자기의 성공 앞에서 겸손해집니다.
20. 반대로 내가 뿌렸지만, 열매를 보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실패라고 섣불리 단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21. 씨앗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표보다 깁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전한 기도와 사랑이 지금 당장 교회 출석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2. 그러나 강요하지 않고 자녀를 존중해 준 기억이 먼 훗날 하나님께로 향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23. 목회자와 교사도 자신이 사역하는 동안 결과를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뿌린 말씀과 돌봄이 다른 공동체에서 열매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24. 그러므로 사람을 내 교회, 내 제자, 내 성과로 소유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 나라의 열매는 어느 개인이나 교회의 상표가 붙은 상품이 아닙니다.
25. 작은 교회는 다른 교회로 옮긴 사람을 잃어버린 열매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섭섭함은 자연스럽지만, 그 사람이 다른 자리에서 믿음으로 자란다면 함께 기뻐할 수 있어야 합니다.
26. 뿌리는 사람과 거두는 사람이 함께 즐거워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경쟁의 무대를 떠난 요한복음 4장의 시작과 연결됩니다.
27. 예수님과 세례 요한의 제자 수를 비교하고 경쟁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복음은 누가 더 큰가를 묻지 않습니다. 대신 누가 심든 누가 거두든 함께 기뻐하라고 가르칩니다.
28. 오늘 내가 누리는 열매가 있다면 이 열매를 위해 이름도 없이 수고한 사람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감사하십시오.
29. 반대로 씨를 뿌렸는데 아직 열매를 보지 못한 수고가 있다면 하나님께 맡기십시오. 결과를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의 씨앗을 꾸준히 심으십시오.
30. 함께 기뻐하기 위해서는 공로를 정직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여성의 돌봄과 평신도의 노동을 목사 한 사람의 성과로 발표하면 하나님 나라의 협력을 왜곡하는 일이 됩니다.
31. 또한 오랫동안 교회를 섬긴 사람은 자신이 뿌린 씨앗을 다음 세대가 열매를 거두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과 상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32. 그 상실감을 솔직하게 인정하되, 열매를 소유하려는 마음은 하나님 앞에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쌓은 지식과 경험, 역할과 결정권을 다음 사람에게 기꺼이 나누어야 합니다.
33. 다음 세대도 과거의 수고를 낡았다고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누리는 공간과 자유가 누구의 기도와 희생 위에 있는지 배우고 감사해야 합니다.
34. 하나님 나라는 내가 심고 내가 거두어 내 이름을 남기는 밭이 아닙니다. 세대와 공동체를 넘어 여러 손이 하나님의 은혜에 참여하는 밭입니다.
35. 오늘도 내가 심지 않은 열매 앞에서 감사하고, 내가 보지 못할 미래를 위해 기쁘게 씨앗을 심기를 바랍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모든 생명을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씨앗을 뿌린 다른 사람의 수고를 잊고 그 열매를 우리의 성과와 소유로 삼으려 했던 우리의 욕심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앞선 세대와 이름 없는 이들의 기도와 헌신을 기억하게 하시며, 우리가 거두지 못할 씨앗도 사랑으로 심게 하옵소서. 다른 사람이 거둔 열매를 시기하지 않고 함께 축하하며, 하나님 나라의 기쁨을 나누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자유교회 이진우 목사
jayoochurch.com